[중앙 시평] 월드컵은 마케팅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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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세계 대부분 국가의 경제가 위축되는 동안 한국은 경제성장을 이루는 행운을 누렸다. 2002년은 지난해보다 더 나은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경제가 올해 2분기 내에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한국 경제도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이 2002년 한국은 월드컵이라는 중요한 행사를 개최한다.

*** 경기장밖 한국 알릴 기회

월드컵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대표적인 스포츠 행사다. 그러나 월드컵은 단순한 스포츠 행사가 아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음이 자명하다.

프랑스는 지난회 월드컵 개최를 통해서 경제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경험했다.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의 주식가치는 월드컵 개최년에 약 두배로 상승했고 그에 따라 프랑스의 경제 또한 놀랍게 성장했다. 물론 월드컵으로 촉발된 경제성장의 직접적인 원인은 항공.호텔.식당.쇼핑 등의 막대한 관광수입의 증가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월드컵의 간접적인 효과는 개최국에 자신감과 자긍심을 심어줘 모든 산업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가져오게 한 것이다.

그러므로 경제 침체기에서 다시 회복기로 접어든 시점인 2002년에 월드컵을 개최한다는 것은 한국에 더할나위 없는 행운이다. 미국에서 또 다른 테러 등의 악재가 없다면 오는 6월까지는 미국 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들게 되며 이 경우 한국은 월드컵 특수와 함께 경제성장의 청신호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월드컵은 또한 외교상 중요한 기회를 한국에 가져다 줄 것이다.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 5개월 동안 중요한 외교활동이 이뤄질 것이고 세계가 한국을 일본과 중국을 엮는 새롭고 중요한 외교적.경제적 교량으로 받아들이는 훌륭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공동 개최국으로서 한국과 일본 양국은 각국의 손님맞이 상황에 대해서도 쉽게 비교될 수 있다. 필자는 최근에 중국에서 열린 친선경기를 관람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월드컵 조직위원회의 활동에 대해 깊은 감명을 받았다.

친선경기를 위해 공무원 및 민간인으로 구성된 대규모 한국대표단을 파견하고 경기에 임하는 중국선수들을 열렬하게 응원하는 것이었다.

중국 정부관료 및 시민들은 월드컵 예선을 통과한 중국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는 한국 대표단에 크게 감동하였다. 그러나 일본 대표는 단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한국 국민은 주최국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한 대한축구협회와 2002년 월드컵조직위원회의 노고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6월이면 월드컵의 생생한 보도를 위해 1만여명의 외신기자들이 서울을 방문할 것이다. 이들은 단지 축구경기뿐만 아니라 한국의 사회 및 문화 전반에 대해 취재해 전세계에 보도할 것이다. 한국이 경제 및 문화적 선진국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절호의 기회다. 경기장과 부대시설이 첨단시설을 갖췄다 해도 경기 후에 기자들과 관광객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경기장 밖에서 보낼 것이다.

그들이 경기장 밖에서 경험하는 것은 한국에 대한 인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국에 대해 보도하게 된다. 그러므로 월드컵 개최국인 한국이 선진국으로서의 일신된 면모를 세계에 각인시키기 위해서 깨끗하고 합리적이고 친근하고 생동감 넘치는 한국의 이미지를 보여주도록 준비해야 한다.

*** 국가 이미지 업그레이드

이로 인한 국가 이미지 쇄신은 세계 각국 소비자들에게 한국상품에 대한 좋은 인식을 심어줄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한국상품을 더 비싼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똑같은 디자인과 품질이라 해도 어느 나라 상표인가에 따라 소비자에게 인지되는 이미지로 인해 가격에 차이가 있다.

지금은 프랑스나 이탈리아 상표의 넥타이가 한국 상표의 넥타이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월드컵 개최 이후에 상황이 역전된다면 이것이 바로 월드컵 마케팅의 성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88올림픽이 세계에 한국을 소개하는 기회였다면 2002년 월드컵은 한국이 최상의 교육을 받고 적극적.헌신적이고 친근한 사람들로 가득한 나라이며 최고의 기술로 최상급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나라로서 세계 선진국 대열에 들어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대한민국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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