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영화 '이중간첩' 흥행 이어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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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규.고소영 커플의 파워는 얼마나 셀까. 근년에 남북 문제를 다룬 영화는 모두 대박을 터뜨렸는데 '이중간첩'이 그 기세를 이어갈지 관심거리다.

'쉬리'(1999년)와 '공동경비구역 JSA'(2001년)는 각각 6백여만명을 불러들이며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쉬리' 'JSA'는 당시 사회 분위기 덕을 톡톡히 봤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완성도지만 영화가 성공하려면 시대의 도움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쉬리'는 한국 최초의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 'IMF사태'이후 움츠러든 관객의 기를 펴는 데 일조했다. 할리우드 흥행작 '타이타닉'을 꺾어야 한다는 애국심에 호소한 마케팅 전략도 먹혀들었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남북 정상회담 성사로 높아진 통일 열망이 극장가에 영향을 미친 경우다.

'이중간첩'은 어떨까. 화려한 액션(쉬리)과 따뜻한 유머(JSA)를 내세운 전작들에 비해 '이중간첩'은 소위 빨갱이, 나아가 이데올로기 문제를 비교적 진지하게 파고든다. 한국 현대사를 객관적 눈으로 돌아보려는 의지가 드러난다.하지만 북핵(北核) 사태 등 외부 환경은 그리 좋지 않다.

제작사측은 상영시간 제한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원래 찍어놓았던 경의선 복구 완공식 장면 등이 극장 상영판에선 삭제된 것은 이를 의식한 게 아닌지….
박정호 기자jhlog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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