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실|머슴과 산비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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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뒷산에서 우연히 소리개에게 쫓긴 산비둘기 한 마리를 잡아왔다. 발을 묶어서 우리 속에 가두어 놓았더니 날개를 펄럭이며 요란을 피운다. 물을 떠다주고 모이를 턱밑에 받쳐 주어도 도무지 먹지를 않는다. 그래도 나는 시간이 가면 집비둘기처럼 순종을 하리라 생각하고 우리 단속을 단단히 해놓았다.
○…저녁때 「뉴스」를 들으니 북한 어부들이 자유를 찾아 일본으로 망명을 해왔다 한다. 자유가 얼마나 그리웠으면 그토록 끔찍스런 모험을 감행했을까. 문득 가두어둔 비둘기 생각이 났다. 자유가 아니고서는 받쳐주는 먹이도 마다하던 비둘기인데…. 내일아침 일찍 풀어 주어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비둘기가 없어진 우리 앞에서 머리를 갸웃거리고 있는 나에게 비둘기를 머슴이 풀어주더라고 식모가 일러준다. 머슴이 왜 풀어주었을까. 엊저녁 「뉴스」를 알 리가 없을 터인데…. 남의 집에서 자유스럽지 못한 자신의 가련한 신세가 비둘기 앞에서 새삼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었을까. 사실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받고있다면 머슴살이가 자유 없는 몸은 아닐텐데…. <북판교·남·전남나주군급전면촌곡리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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