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시간탐험 (45) - 텍사스 영웅의 탄생

중앙일보

입력

1964년 4월 25일 태양볕이 강하게 내리쬐던 남부 텍사스. 뉴욕 메츠의 스카우터 존 머프(John Murff)는 신시내티 레즈와 휴스턴 콜트45s 와의 경기를 보고 난 뒤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는 잠시 짬을 내 안면이 있던 고등학교 야구팀 코치를 만날 목적으로 텍사스의 작은 마을 클리어 크릭으로 핸들을 돌렸다. 그곳에는 마침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주말 토너먼트 지역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별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그저 바람이나 쐴 겸 찾아온 그였지만 잠시후 그는 엄청난 광경을 목격하고야 만다.

잘 알고 지내던 앨빈 고등학교의 짐 왓슨 코치와 대화를 나누던 머프는 시합중에 왓슨 코치가 마운드로 올려보낸 삐쩍 마른 투수에 시선이 옮겨졌다. 그리고 스카우터답게 습관적으로 스카우팅 수첩을 펼친 머프는 그 투수의 첫번째 공을 지켜본 뒤 할말을 잃고 말았다.

그 소년이 마운드에 올라가서 던진 공은 머프가 그때까지 접해보지 못했던 엄청난 강속구였다. 그것은 가히 100마일은 족히 될법한 공이었다. 2구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록 3구째 던진 커브는 어설프기 짝이 없었고 곧바로 우중간 2루타로 연결되기는 했지만 그것은 머프에게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당시 스카우팅 수첩에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이 마른 체구의 고등학생 투수는 내가 살아온 동안에 보아온 투수 중 최고의 어깨를 가진 투수이다. 이 소년은 지난 화요일에 지켜본 신시내티의 짐 말로니나 휴스턴의 터크 퍼렐보다도 더 강한 피칭을 한다.

그는 앞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선발투수가 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웃는 표정에 친근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 넓은 어깨, 긴 팔, 강한 손 등 뛰어난 운동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 경기 이후 머프는 그 소년에게 투구 기술, 체력 강화 요령 등 여러가지 조언을 해주면서 계속해서 관심을 가졌다. 머프의 조언과 보살핌에 전혀 다듬어지지 않았던 그 소년은 점차 투수로서의 능력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이듬해 소년은 대학에 진학하였고, 그 해 6월에 있었던 신인 드래프트에서 뉴욕 메츠는 8라운드 전체 295번에 그 소년을 지명하면서 보격적으로 프로무대로 진출하게 되었다. 당시 그 소년에 대한 계약금은 만2천달러.

그리고 이때의 삐쩍 마른 강속구 투수는 훗날 1993년 9월에 은퇴할 때까지 통산 324승, 5,714탈삼진, 7번의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대투수로 변신하였다. 그의 이름은 바로 오늘날 정통파투수의 대명사로 인정받으며 텍사스 유니폼을 입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첫번째 선수가 되었던 놀런 라이언이었다.

훗날 메이저리그의 전설이 된 놀런 라이언. 그러나 그를 영웅으로 만드는 데에는 스카우터를 매료시킨 직구 하나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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