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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레인저스 투수력, 풍요속의 빈곤

중앙일보

입력

◎ 텍사스 레인저스 전력분석 (2) 투수력

풍요롭다. 그러나 무언가 허전하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선발 로테이션은 고만고만한 선수들이 모여있다. 박찬호·덕 데이비스·롭 벨·케니 로저스·애런 마이엣·데이브 버바 정도로 끌고갈 2002시즌은 올해보다야 낫겠지만 당장 우승을 노릴 만큼은 아니다. 레인저스가 2선발감을 추가하려는 것도 박찬호 한 명으로는 승부가 힘들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만큼 레인저스의 투수진은 지난해 심각했다.

애런 실리(애너하임 에인절스)를 데려오지 않은 것은 박찬호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예산이 바닥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레인저스의 상황은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가 상황이 같다. 타자들은 최고수준이지만 투수들은 그렇지 않다. 결국 타자를 팔고 투수를 사와야 한다.

상대팀들이 원하는 선수들은 행크 블레이락·케빈 멘치·카를로스 페냐·마크 테익세이라 등 특급 유망주들이다. 이 선수들을 팔고 투수를 영입한다면 레인저스의 전력은 조금 높아진다. 그러나 우승을 노릴만큼은 아니다.

FA투수들을 영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알렉스 로드리게스·박찬호와 거액의 장기계약을 맺은 레인저스는 팀 총연봉의 한계를 느끼고 있고 향후 2년간 풀릴 에이스급 투수는 그렉 매덕스(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 페드로 마르티네스(보스턴 레드삭스)지만, 잡을 능력이 없다. 레인저스가 생각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박찬호는 에이스로, 데이비스와 벨이 재능을 마음껏 펼치는 것이다. 유망주 한 두명이 가세한다면 우승도 노려볼 수 있다. 그러나 희망대로 될 가능성은 50%다.

4선발과 5선발도 문제다. 로저스는 38이라는 나이가 부담스럽고 부진의 늪을 헤메는 마이엣은 구단이 내년시즌을 마지막 기회로 못 박았다. 부진하다면 시즌중 퇴출 가능성도 있다. 레인저스가 선전하기 위해서는 선발투수진이 '적어도' 자기몫 이상을 해야 한다.

그나마 불펜진은 토드 반 포펠·존 로커로 숨통이 트였다. 마무리 제프 짐머맨의 회복도 고무적이다. 99년 센세이션을 만들었지만 지난해 방어율 5.30으로 뚜렷한 추락을 보였던 짐머맨은 2001시즌 리그 꼴지의 투수력에도 방어율 2.40, 4승 4패 28세이브를 올려 뒷문을 확실히 막아냈다.

이밖에도 대니 콥·프란시스 코데로·마이크 베나프로(방어율 4.90) 등이 불펜을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수들이 지난시즌의 부진에서 벗어나야 한다.

벤치는 갈팡질팡했던 선수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신출내기 제리 네론 감독의 한계를 극복하게 위해 필라델피아 필리스 지휘봉을 잡았던 테리 프랑코나를 벤치 코치로 임명했고 대대적인 물갈이 중에서도 신망이 두터운 루디 자라밀로 타격코치를 유임시켜 분위기를 다잡았다. 투수코치도 지난시즌 시카고 컵스 투수진을 성공적으로 이끈 오스카 아코스타를 영입하며 수뇌부의 인선을 가다듬었다.

선발도 불펜도 물량은 많지만 믿고 의지할 언덕이 아니라는 것이 레인저스의 가장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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