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8년 장생포에 포경 전파한 러시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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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대한제국과 러시아가 1898년 작성한 장생포 포경기지 설치 계약서 초안. ‘포경약사’라고 부른다.

울산시 남구는 ‘러시아의 날’ 행사를 4월 고래축제에 맞춰 열기로 했다.

 러시아의 날 행사에는 부산 주재 러시아 영사와 지역 연극인, 러시아 문화사절단이 참가해 러시아 문화예술을 공연한다. 대한제국과 러시아 사이에 이뤄진 장생포 포경기지 조인식도 재현된다. 이 행사는 국내에 처음 상업포경을 전해준 러시아를 기억하기 위한 것이다.

 조선시대인 18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울산 장생포 어민들은 고래를 잡지 않았다. 고래 말고도 바다에 잡아먹을 생선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1898년 러시아인들이 배를 타고 장생포항에 들어왔다. 조선이 대한제국으로 국호를 변경한 무렵이었다. 러시아인들이 고래를 잡아 외국에 내다 파는 고래 무역회사를 세우기 위해서였다. 당시 대한제국 외부(外部) 교섭국장인 이응익과 러시아인 케이제럴링이 장생포에서 만나 태평양포경회사 설립을 결정했다. 당시 조선으로서는 먹지도 못하는 고래 고기를 수출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선뜻 응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포경회사는 장생포의 땅을 사들여 고래 해체장을 만들었다. 해체장은 고래를 잡아 부위별로 나누는 곳이다.

 이 같은 사실은 울산 고래문화재단이 당시 땅 매매 서류와 대한제국 동래항 첩보 서류, 포경기지 설치 계약서 초안을 분석해 확인했다.

 설태영 고래문화재단 기획팀장은 “러시아가 상업포경을 처음 전했다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장생포가 처음 국제 무역항 역할을 이때부터 시작했다는 것도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다”고 말했다.

김윤호·차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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