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국제지구 공공개발 '산너머 산'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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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이대로는 안된다. 공공개발로 바꾸고 정부에 도움 요청하겠다.” 이게 서울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의 1대 출자사인 코레일의 주장이다.

29개 민간 출자사는 당연히 반대한다. 통합 개발 대상지인 서부이촌동 주민은 말할 것도 없다. 보상액이 확 줄어들 게 뻔하기 때문이다. 새 정부도 난색이다. 자칫 잘못 개입했다가는 특혜나 혈세 낭비 등의 논란이 일 수 있어서다.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도 인다.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민간업체와 함께 이윤 추구에 골몰하다 상황이 악화하자 정부에 손을 벌리는 것은 아니냐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업을 정말 공공개발로 전환하긴 할 수 있는 걸까.

공공개발은 쉽게 말해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사업이다. 그동안 코레일의 주장을 종합하면 이 사업을 공공개발로 전환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드림허브가 공기업이 되면?

사업 주체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이하 드림허브)의 지분을 늘리는 것과, 드림허브의 자산관리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의 지분을 늘리는 것이다.

첫째는 AMC의 지분(현재 29.9%)을 늘린 뒤 코레일 주도로 사업을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당장 이 문제부터 쉽지 않다. 이 경우 드림허브가 공기업이 되는지 여부조차 법률 해석이 갈린다.

코레일 측은 “AMC가 계열사로 편입되는 것은 맞지만 법률상 공공기관 요건을 충족해도 반드시 공공기관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반면 민간 출자사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드림허브가 계열사에 편입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양측 모두 유명 법무법인에 의뢰한 결과다. 이 문제가 중요한 것은 공기업 계열사로 편입될 경우 여신한도 규제, 채무보증 제한 등 각종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자칫 지금까지 세운 자금조달 계획이 틀어질 수 있는 것이다.

둘째는 출자전환을 통해 현재 25%인 드림허브의 지분을 늘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 역시 쉽지는 않아보인다. 코레일이 지분을 늘리면 롯데관광개발(15.1%)·KB자산운용(10%)·푸르덴셜(7.7%) 등 민간 출자사의 지분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사업 주도권이 바뀌면 잘 될까?

민간 출자사가 가만이 앉아서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사업은 공모형 PF 사업으로 공공개발하려면 사업협약서와 주주간협약 등을 변경해야 한다. , 드림허브 출자사 전원의 동의가 필요한 경우로 민간 출자사가 동의하지 않으면 공공개발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29개 민간 출자사 가운데 공공개발에 찬성하는 쪽은 현재로서는 없다. 사실상 공공개발로 전환될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상태에서는 상식적으로 공공개발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아예 사업을 접고 공공개발로 다시 시작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코레일이 공공개발을 주장하는 것은 현 상태로는 사업성이 없으니 사업 방식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사업방식을 변경해 수익성을 높일 경우 투자를 하겠다는 외국 투자자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사업 주도권을 갖고 사업 계획을 바꾼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가 보장되는 건 아니다. 사업 자금만 앞으로 최소 26조원이 들어가야 하는 데다 부동산 경기가 언제 살아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손실을 볼 처지에 놓인 민간 출자사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다. 민간사업인 용산개발사업에 정부가 개입하면 특혜 제공이나 혈세낭비 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새 정부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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