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상식한 상식|고정관념을 헤쳐본다(12)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인도의 한마을 풍경. 한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말다툼을 시작했다. 동네아낙네들이 점점 모여들어관전 열중한 관중이 하나 둘 차례로 내전에 개입. 드디어 시어머니「팀」과 며느리 「팀」의 대논쟁판이 벌어졌다. 동네 며느리들이 한데뭉쳐 당당하게 항의하는 것을본 「에트랑제」는 고부의 싸움이 그렇게 신나고 유쾌할 수가 있느냐고 감탄하는 것이었다.
한국의 고부갈등은 어떤가. 「밥풀꽃」의 슬픈 전설이 있다. 배를 주리다못해 밥한술을 훔쳐먹다 들켜 시어머니한테 맞아죽은 며느리의 원한이 사무쳐 핀 「밥풀꽃」. 옛날의 시집살이가 어떤것이었는지 짐작이 갈듯하다.
한 남자를 사랑하는 두여인-고부가 한지붕밑에 평화롭게 살수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갈등의 양상이 풍속에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어떤사회학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인도인의 집단구성의 기본의식은 자격과 계층의 의식인데 대해서 한국이나 일본은 장소의 의식이 기본이 되어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시집살이는 다른 장소에가서 동화해가는 것을 뜻하며 그장소의 주인의 갖은 「텃세」를 감수해야하는 것이다.
개화 신여성들이 이러한 모진 대우에 반발한 것은 당연하다. 며느리의 지위가 점점 높아지는 것은 다행한일이 아닐수없다.
그런데 다른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차츰「며느리의 텃세」가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도회의 「인텔리」며느리들은 시집살이를 극히 싫어하는 듯하다. 시부모는 당연히 따로 살아야된다고 생각한다.
장남은 인기가없다. 하는수없이 시집살이 하는경우에는 부당한 피해를 입고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시부모를 식객취급하는 며느리도 없지않다. 이들은 이것을 서구식 개인주의정신의 발로라고 주장한다. 서구의 개인주의! 「아놀드·토인비」는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늙은부모를 보호하기를 거부하는 이기주의가 통용되는 사회는 현대의 서구사회밖에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물며 양로원도 변변치않은 한국에서 서구의 개인주의를 휘두르는건 몰상식도 지나치다.
「시어머니의 텃세」가 「며느리의 텃새」로 바뀌는 것은 근대화도 서구화도 아무것도 아니다. 천격심리의 주역이 같은 평면에서 교대되는 것뿐이다. <화>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