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밀린 ‘경제민주화’…거세지는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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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성태(左), 김종인(右)

박근혜 정부가 중점을 둬 이끌어갈 5대 국정목표에서 ‘경제민주화’란 표현을 제외한 것을 놓고 정치권 안팎의 비난이 거세다.

 새누리당은 지난 대선 공약으로 “모든 국민들이 100% 행복한 나라를 위한 첫걸음”이라며 경제민주화를 앞세웠었다. 하지만 21일 발표한 국정목표에선 ‘경제민주화’란 단어가 자취를 감췄다.

 당장 박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주도했던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22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전국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원칙 있는 시장경제가 경제민주화를 포괄한다’고 했는데 경제민주화에 대한 기본 지식이 결여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양극화가 20년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한국 사회가 정상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시장경제 원리대로만 산다면 능력 있는 자는 살고, 없는 자는 퇴출당하게 돼 장기적으로 안정된 경제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어 “정당이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는 듯했으나 선거를 두 차례 겪고 나니 또다시 안이한 사고에 접어든 것 같다”며 “정치권이 시대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으면 또 한번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을 향해선 “박 당선인이 국민에게 1년 내내 그(경제민주화) 약속을 했는데 실행 안 할 수 있겠느냐. 박 당선인의 정직성을 믿는다”며 우회적으로 공약 이행을 촉구했다.

 새누리당에서도 공개적인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 소속 김성태 의원은 22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제 경제민주화 의지가 후퇴한 게 아니냐, 정책 우선순위에서 경제민주화가 뒤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금치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종인 전 위원장의 경제민주화를 뒷받침할 만한 인수위 인사가 없었다”며 “경제 1·2분과 간사들이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 류성걸 의원과 중소기업청장을 한 이현재 의원으로 김 전 위원장의 경제민주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인사들은 분명히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아무리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라고 하더라도 경제민주화라는 상징성이 있는 것보단 개혁의지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고 강조했다.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대통령은 언행이 일치해야 한다”며 “국민은 민생을 살리려 박 당선인을 뽑았고 경제민주화와 복지는 민생의 핵심”이라고 박 당선인을 겨냥했다. 그는 그동안 민주통합당 내에서 박 당선인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정치인으로 꼽혀왔다. 그런 그도 이날만큼은 “경제민주화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성장만능주의라는 낡은 명제들이 들어선 것”이라며 “새 정부 경제부총리 역시 대표적인 성장론자”라고 지적했다.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인수위가 제시한 5대 국정목표에 경제민주화가 빠진 것을 두고 경제민주화 의지가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만큼 새 정부는 필요한 경제민주화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해 오해를 불식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진·이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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