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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기본법, 자원봉사 위축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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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보건복지부는 나눔기본법을 새로이 제정하겠다며 입법 예고를 마친 상태다. 보도자료에서 ‘국민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나눔기본법안에서는 기부와 자원봉사활동, 장기기증을 ‘나눔’이라는 표현으로 통일하겠다고 한다. 기부는 ‘물적나눔’, 자원봉사는 ‘인적나눔’, 장기기증은 ‘생명나눔’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전적으로도 불명확한 ‘나눔’이라는 단어를 법률 조항에 명시하려면 상당한 연구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나눔기본법안에서는 자원봉사를 사회복지 영역의 활동으로 간주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자원봉사는 복지영역은 물론 환경보전, 지역사회 발전, 교육과 상담, 인권옹호와 평화구현, 범죄 예방, 교통 및 기초질서 계도, 문화체육의 진흥, 부패 방지 및 소비자 보호, 해외 봉사 등 생활과 사회 활동 전반을 망라한다. 이를 복지영역으로만 이해할 경우 국민의 자원봉사 문화를 위축시킬 수 있다. 나눔이라는 생활문화를 제도의 틀로 가둬놓는 것은 진정 숙고해야 할 사안이다. 이미 ‘자원봉사활동기본법’이 있음에도 편협한 한계를 가지고 있는 나눔기본법 안에 자원봉사까지 굳이 끼워넣으려는 의도를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10년간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2005년 ‘자원봉사활동기본법’이 제정되었고, 5년마다 ‘자원봉사진흥 국가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자원봉사는 국격을 높이는 민주시민의 책무이자 권리며, 국민의 의식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12월 5일은 유엔이 정한 ‘자원봉사자의 날’이다. 이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이날을 ‘자원봉사자의 날’로 지정하고, 그 주를 자원봉사 주간으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그런데 나눔기본법안에도 12월 5일을 ‘나눔의 날’로, 그 주를 ‘나눔 주간’으로 정해놓고 있다. 이미 ‘자원봉사자의 날’을 전후해 중앙과 전국 지역별로 그해의 자원봉사 활동을 결산하고 우수 자원봉사자를 격려하는 기념식과 행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터에, 또다시 ‘나눔의 날’로 중복 지정하겠다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에도 맞지 않다. 아름다운 공동체문화의 조성이 절실한 이때, 자원봉사 문화를 저해시키는 제도적 틀이 혹시라도 부처 이기주의에서 추진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

김순택 전국자원봉사센터중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