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공백 너무 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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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플의 아이폰 등을 생산하는 중국 팍스콘이 직원 채용을 중단하기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팍스콘 공장 관계자의 말을 빌려 “최소한 3월 말까지 신규 채용을 중단하라는 내부 지침이 떨어졌다”고 21일(한국시간) 전했다. 팍스콘이 직원 채용을 중단하는 것은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처음이다. 팍스콘은 중국 내 25개 공장에 120만 명의 직원을 채용 중인데, 그동안 연평균 10만 명 정도씩 꾸준히 채용을 확대해 왔다.

 팍스콘의 중국 선전공장 대변인인 리우쿤은 이날 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본토에 있는 공장에서 현재 채용이 진행 중인 곳은 없다”고 밝혔다. 반면 팍스콘 대만 본사 측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춘절(春節·음력 설) 연휴가 끝나고 예상보다 많은 90%가량의 직원이 업무에 복귀함에 따라 잠시 채용을 멈췄을 따름”이라고 했다. 애플 주가가 급락하자 내놓은 해명이다. 팍스콘의 직원 채용 중단은 최근 발표한 자유노조 설립 허용을 감안한 조치라는 관측도 나온다. 자유노조 설립 이후 노조의 임금 및 근로조건 개선 강도를 지켜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관심은 미국 애플로도 쏠리고 있다. 출시된 지 6개월이 채 안 된 아이폰5의 판매가 이전 모델만 못해 직원 채용을 멈춘 것 아니냐는 분석 때문이다. 20일 미국 시장조사회사인 스트레티직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아이폰5의 지난해 4분기 판매 대수는 2740만 대로 집계됐다. 삼성 갤럭시S3(1540만 대)를 누르고 스마트폰 최강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SA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판매가 비관적인 것은 아니지만 과거 버전과 같은 흥행이 없는 것은 맞다”고 평했다. 고 스티브 잡스 창업자와 절친했던 아서 레빈슨 애플 이사회 의장도 19일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강연에서 “잡스 사후 애플 이사회를 운영하는 기분이 묘하다”며 “잡스의 공백이 너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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