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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육감이 누구 누구 꼭 합격시키라고 지시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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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8일 밤 충남지방경찰청에 재소환된 김종성 충남교육감이 13시간 동안 장학사 시험 유출 지시 여부 등에 대한 조사를 받고 귀가하고 있다. [뉴시스]

장학사 시험문제 유출에 연루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온 김종성(63) 충남교육감이 음독을 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19일 낮 12시30분쯤 대전시 중구의 교육감 관사에서 김 교육감이 극약을 먹고 누워 있는 것을 부인이 발견했다. 김 교육감은 대전성모병원으로 후송돼 응급치료를 받고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병원 관계자는 “원예용 제초제를 300ml 정도 마셨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며 “조만간 퇴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전날 충남경찰청에 2차 소환돼 13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귀가한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망이 좁혀진 데 대한 심리적 부담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려 한 것 같다”며 “건강 상태를 봐가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지 등 법률 적용과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18일 조사에서 문제유출 지시 등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은 김 교육감의 혐의 입증에 자신을 보이고 있다. 구속된 장학사로부터 “김 교육감이 복수의 특정인을 지목하며 반드시 합격시키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김 교육감은 구속된 장학사들이 응시 교사들로부터 받은 돈의 액수까지 사후에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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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교육청의 ‘장학사 장사’ 비리 의혹은 지난해 8월 합격자 발표 직후부터 불거져 나왔다. 지역 교육계에서는 “공부도 별로 안 한 엉뚱한 지원자가 합격했는데 뭔가 수상하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특정 인물에게 시험문제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경찰에는 시험 비리 관련 투서가 접수됐고 감사원도 지난해 10월부터 감사를 벌였다.

 경찰 수사 결과 문제 유출은 역할분담에 의해 조직적으로 진행됐다. 인사 담당인 조모(52) 장학사는 출제위원을, 감사 담당인 김모(50) 장학사는 각 지역을 돌며 문제를 건넬 응시 교사를 포섭했다. 교사들을 만나 돈을 받는 일은 노모(47) 장학사가 주로 맡았다. 이들은 공모단계에서부터 대포폰 14대를 마련했고 이 중 한 대는 김 교육감에게 건넸다. 실제 통화도 여러 차례 이뤄졌다.

 구속된 장학사 3명은 모두 김 교육감의 공주사대(현 공주대) 선후배들이다. 이 중 김 교육감과 동향(공주)인 김 장학사는 휴일에는 비서 대신 김 교육감을 수행하는 일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학사는 김 교육감이 2006년 공주교육장 재직 때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다.

 이렇게 해서 모인 돈은 모두 2억6000만원이었다. 응시 교사 한 사람당 1000만∼3000만원씩 받아냈다. 이 중 2억3800만원은 노 장학사의 후배 명의 계좌에 예금돼 있다가 경찰에 압수됐다. 나머지 2400만원은 돈을 건넨 교사에게 되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김 교육감이 내년에 치를 교육감선거 자금 마련을 위해 일을 꾸몄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장학사들이 문제 유출 대가로 받은 돈을 나눠 갖지 않고 지인의 계좌에 거의 대부분 보관해 온 점 등으로 미뤄 상납용으로 준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4월 보궐선거와 2010년 6월 선거에서 잇따라 당선한 김 교육감은 내년 선거에서 3선에 성공하는 데 강한 의욕을 보여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교육감은 2012년 재산등록 때 9억여원을 신고했으나 아파트 등을 제외하면 현금동원력은 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김 교육감이 30여 년간 교직에만 몸담아 왔기 때문에 재산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서형식·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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