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봄 마중하러…비오리들이 달립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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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안양천, 2013. 2

봄이 잡힐 듯 말듯합니다. 입춘(立春)도 지나고 대동강이 풀린다는 우수(雨水)가 18일입니다.

꽃샘추위라는 녀석의 시샘만 몇 번 더 견뎌낸다면 따뜻한 봄날이 머지않았습니다. 햇살 좋은 오후 안양천에서 비오리들의 달리기 시합이 열리고 있습니다. 출발선도 결승선도 없지만 오리들은 일제히 한 방향으로 내달립니다. 불과 10m 남짓도 못 가 날개를 이미 접는 놈, 머리를 푹 숙인 채 물만 내려다보며 달리는 놈, 의기양양하게 날개를 활짝 편 채 맹렬히 돌진하는 놈, 코스를 이탈할까 봐 앞에 간 놈의 물살만 따라가는 놈 등. 올림픽 100m 달리기 시합에 비견되는 스릴과 긴장감은 없지만 한 놈 한 놈 살펴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무엇보다 열심이어서 더 재미가 있습니다. 한참을 보고 있노라면 달리기 시합에 끼어들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겨울 내내 움츠렸던 어깨를 펴봅니다. 숨 길게 한번 들이쉬어 봅니다. 이내 자신이 생겨납니다.

 먼저 달려가면 먼저 봄을 맞을 수 있지 않을까요?

글·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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