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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은 내 운명…영국인 아내와 ‘19 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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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장세형(오른쪽)·장아델 부부가 2011년 한 댄스스포츠 대회에서 탱고를 추고 있다.

현역 프로 댄스스포츠 선수론 국내 최초로 무용학 박사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세계적인 댄스스포츠 선수 장세형(40)씨. 그는 이달 25일 성균관대에서 ‘볼룸댄스와 댄스스포츠 교육’이란 논문으로 무용학 박사학위를 받는다.

 장씨는 영국인 아내 장아델(29)씨와 함께 세계 댄스스포츠계에서 ‘19 댄스 스페셜리스트’로 불린다. 댄스스포츠 커플 중 유일하게 맘보·볼레로 등 9개의 ‘미국 스타일’과 탱고·차차차 등 10개의 ‘인터내셔널 스타일’을 합한 19종의 댄스스포츠를 모두 출 수 있어서다. 이들은 2008년 세계 최대 규모의 댄스스포츠 대회인 ‘세계 프로페셔널 라이징 스타 아메리칸 스타일’에서 한국 국가대표로 나서 우승했다. 2009년부터는 영국대표로 각종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댄스스포츠에선 커플 중 한 명의 국적을 선택해 국가대표로 출전할 수 있다.

 장씨가 ‘춤의 달인’이 된 건 고등학생 시절 우연히 접한 왈츠 때문이다. 당시 춤의 매력에 빠진 그는 1993년 서일대 레크리에이션과에 입학한다. 97년엔 보다 체계적으로 춤을 배우고 싶어 미국으로 건너갔다. 뉴욕 댄스스포츠 아카데미에서 정통 스포츠댄스를 배운 장씨는 이후 미국에서 프로 댄스스포츠 선수로 활동했다. 2008년엔 뉴욕대 무용교육학과에서 석사학위도 받았다. 아내도 선수 활동 중에 만났다.

 그는 2009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성균관대에서 시작한 박사과정 때문이다. 장씨는 “전문 무용수도 이론적 바탕이 없으면 과거 경험을 답습만 한다. 은퇴 후 한국에서 좋은 무용 연구자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과정은 힘들었다. 봄학기는 한국에서 공부를, 가을학기엔 영국에서 댄스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시간이 모자라 대회 중에도 밤에는 책을 읽으며 논문을 썼다.

  논문은 ‘현대무용의 아버지’인 루돌프 라반의 이론을 기초로 무용뿐 아니라 스포츠·레크리에이션·연극 등에 모두 적용 가능한 교육모델을 소개한다. 7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세계댄스교사협회 회의에 소개된 후 댄스스포츠 교재로 쓰일 예정이다. 장씨는 최근 뉴욕에서 미국 댄스교사협회 와 함께 세계댄스교사용 영상도 제작 중이다. 그는 “춤을 대회나 공연에만 선보이는 수단이 아닌 생활에서 즐기는 행복한 존재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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