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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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며칠 전에 고향에 내려갔다 돌아왔다. 시오리 질을 내내 엄마는 내짐을 이고 걸으셨다. 내가 들고 가겠다고 해도『기차를 타면 피곤해요』하시며 막무가내시다. 할 수 없이 나는 그냥 엄마의 절음을 쫓았다. 어쩐지 그날 따라 엄마의 머리에 횐 머리카락이 더 많으며 얼굴에 주름이 더 짙은 것 같이 보였다. 왠지 엄마가 불쌍해 보였다.
○…기차가 움직였다. 나는 이제까지 엄마에게 「어머니」라고 불러 본 적이 없었다. 나이가 스물이 되도록 어린애처럼 엄마라고 불려온 것이다. 그런데 그날은 무슨 맘에선지 엄마를 좀더 공경하고 그리고 좀더 무엇인가를 바치고 싶었다. 기차가 서서히 움직이자 나는 내 생전처음으로 『어머니 잘 계세요』라고 인사했다.
○…엄마는 여윈 얼굴에 미소를 지으시며『오냐, 잘 가쟤이. 서울 가거든 차 조심 하래이』약간 높은 음성으로 말씀하시며 잡았던 손올 놓으셨다.
기차가 종착역에 이를 때까지 나는 귀가 아플 정도로 들어온 차 조심하라는 엄마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하얀 차창에다 엄마의 사랑을 적어보았다. 미소지으시던 엄마의 얼굴과 합께….<권회인·20·서울제기동l59의2호·권대기씨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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