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현금 풀어 배당하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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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호 01면

창업자 스티브 잡스(1955~2011)가 세상을 떠난 후 ‘혁신의 부재’를 지적받아 온 미국 정보기술(IT) 업체 애플의 수난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엔 회사 안에 쌓아둔 막대한 현금을 배당해 달라는 소송을 당했다. 애플의 현금 보유액은 1370억 달러(약 150조원)에 달한다.

미 헤지펀드, 주가 폭락하자 소송

블룸버그통신·파이낸셜타임스(FT)를 비롯한 주요 외신은 7일(현지시간) “미 헤지펀드 그린라이트 캐피털(Greenlight Capital)이 애플의 우선주 발행 조항 삭제 추진을 막아 달라고 뉴욕 소재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다”고 일제히 전했다. 우선주는 의결권 제한 대신 보통주보다 배당을 두 배가량 더 받는 주식이다.

소송을 낸 그린라이트는 미국 20위권의 헤지펀드다. 애플 주식 130만 주(지분 0.12%, 평가액 기준 약 6억 달러 )를 갖고 있다. 데이비드 아인혼 그린라이트 캐피털 회장은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이 우선주 발행 조항을 삭제하려는 건 주주가치 제고 능력을 제한하고 주주 보상 정책의 하나를 차단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주가는 급락하는데 현금만 쌓아놓고 배당도 제대로 안 하려는 건 주주 이익에 반한다는 것이다. 애플 주가는 지난해 9월 19일 702.10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추락을 거듭했다. 7일 현재 468.22달러로 최고점 대비 33%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그동안 애플에 ‘보유 중인 막대한 현금을 주식가치를 높이는 데 써 달라’고 요구해 왔다. 지난해 애플은 1995년 이래 처음으로 배당을 했으나 주당 2.65달러에 그쳤다. 자사주 매입 계획도 밝혔지만 투자자들은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아인혼 회장은 “애플은 주당 145달러의 현금을 가지고 있다. 이는 주주의 돈이다. 애플이 배당을 늘린다고 재정적으로 위험에 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애플의 보수적인 현금 운용에 불만을 품어온 상당수 주주도 아인혼 회장의 의견에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투자업체 스탠포드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 토니 사코나기는 “애플이 현금을 쌓아놓기보다 주주에게 돌려주는 게 바람직하다. 배당금을 늘리면 주가도 오름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주주 요구에 소극적이었던 애플은 이번 공세엔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다. 추가 배당을 검토하는 한편, 현금 배당과 주주가치를 높이려는 주주들과 대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향후 3년에 걸쳐 총 450억 달러 규모의 배당 및 자사주 매입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2007년 아이폰 출시 후 승승장구하던 애플은 최근 아이폰5의 판매 부진, 혁신 제품의 부재로 혹평을 받아왔다.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도 계속 떨어져 올해는 삼성전자의 절반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은 “애플이 스마트폰 사업에서 뒤져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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