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힘을 믿고 희망을 얘기하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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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호 30면

하루하루가 초조하고 미래를 불안하게 생각하는 국민들이 점점 늘어만 가는 것 같다. 2030세대는 취업난 때문에 대학 졸업하기를 두려워하고, 괜찮은 직장을 다니는 4050세대도 저성장 위기 때문에 불어닥칠 조기퇴직과 정리해고의 바람을 걱정한다. 60세 이상 은퇴자 가운데 절반 이상은 노후대책이 없어 불안해한다. 청년실업, 노후불안, 구조조정 위험 같은 경제·사회 문제는 구미 선진국을 비롯한 지구촌 전체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병리현상인데 우리 국민들이 유독 더 많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한국 국민의 행복지수 순위가 148개 국가 중 97위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가 있었다. 조사항목 5가지에 소득수준 같은 것은 빠져 있는 대신에 얼마나 많이 웃을 수 있는지,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거나 배우는지, 매일 즐겁다고 느끼는지 등 주로 감성적인 항목이 들어가 있다. 우리 청소년들은 가정에서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 외에는 별로 듣는 얘기가 없어서, 어른들은 출산율 세계 최하위, 자살률 세계 최고, 대학등록금 세계 최고 등 서글픈 얘기만 듣고 있어서 웃을 일이 별로 없다.

그러나 해외에 나가 보면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나라 중 하나라는 말을 믿는 외국인은 거의 없다. 한 생애 동안에 소득 100달러 미만의 최빈국에서 2만3000달러의 고소득 국가에 도달한 국민일 뿐만 아니라 소득분배지표인 지니계수도 0.289(2011년 기준)로 미·일보다 훨씬 양호하고 스위스·네덜란드와도 큰 차이가 없어서다. 그뿐이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30%를 차지하며 연간 200조원 매출을 올리는 세계 최고의 회사를 갖고 있고, 자동차·선박·가전제품과 K팝이 지구촌을 휩쓸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긍정의 눈으로 우리 자신의 문제를 들여다보면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해결해낼 수 있다는 미래 희망의 빛을 볼 수 있다.
우리 청소년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주범인 교육문제만 봐도 80% 이상의 대학 진학률과 교육열은 미·유럽 같은 선진국조차 부러워하는 소중한 자산이다. 어려서부터 사교육을 시키지 않아도 학교 졸업 후 나름대로 즐겁게 일할 직장을 얻을 수 있다면 교육문제는 해결 가능하다. ‘잘 교육받고 훈련받은 인력은 스스로 일자리를 만든다’는 게 경제법칙이기 때문에 대학이 달라지면 청년실업도 해결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왕성한 기업가정신을 가진 나라다. 최근 화두가 된 경제민주화의 초점이 중소 기업인들의 창의성과 사업의욕을 살려주는 방향에 맞춰지면 일자리의 85%를 점하는 중소기업이 가고 싶은 직장으로 변화될 것이다. 중소기업에서 일해도 노력한 만큼 대가가 있고 미래가 보장된다면 즐거운 직장생활도 가능할 것이다. 노인문제도 비관만 할 게 아니다. 요즘 50대 여성들이 20대보다 더 많이 취업했다든지, 60대 남성들이 청년들보다 더 열심히 일한다는 얘기는 얼마나 긍정적인가. 우리나라 5060세대는 전 세계에서 가장 근면하게 일하면서 ‘하면 된다’는 DNA를 쌓아온 세대다. 60세 이상 고령층의 일자리 창출은 각종 서비스분야에서 새로 취업할 능력을 갖도록 공공직업훈련을 무료로 제공하는 일부터 착수하면 된다. 평생교육은 노인을 즐겁게 하고 사회를 윤택하게 한다.

우리 국민들의 행복지수를 낮추는 요인 중 하나가 정치권의 행태다. 우리 정치권은 각계각층의 갈등을 증폭시켜 이익을 얻으려 하지 말고 갈등을 해소시켜 국민화합을 이뤄나가야 한다. 곧 출범하게 될 새 정부와 집권여당은 야당을 의회정치의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 야당과 재야세력도 이념지향적이고 투쟁적인 행동양식을 탈피해야 한다. 국회가 공정한 경쟁규칙을 만들고 국민 세금을 절감해주는 역할을 할 때 정치불신은 크게 해소될 것이다.

국민들은 세계 경제가 혼미한 상황에 빠져 있는 것을 많이 걱정한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5년 만에 글로벌 경제가 변곡점을 맞이했다는 분석이 최근 열린 다보스포럼(WEF)에서 나왔다고 한다. 미국에 이어 일본이 자국 통화가치를 낮추는 양적완화 정책을 쓰고 있는 데 대해서도 과도하게 풀린 돈을 거둬들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긍정의 힘을 믿고 서로 웃으면서 미래 희망을 얘기할 때 한국 경제가 다시 살아나고 우리들의 행복지수도 크게 올라갈 것이다.



강봉균 군산사범학교와 서울대 상대를 졸업했다. 행시 6회(1969년). 관료 생활 31년 동안 정보통신부·재정경제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3선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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