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인사 제로’ 벗어나 안도 … 대탕평 잊지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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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드디어 ‘인사 제로’ 상태에서 벗어났다. 박 당선인은 어제 새 정부의 첫 총리 후보자로 검사 출신인 정홍원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명했다. 또 청와대 장관급 국가안보실장과 경호실장에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과 박흥렬 전 육군참모총장을 각각 내정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을 17일 앞둔 시점에서다.

 그간 인사 지연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상당했다.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의 낙마 때문이라곤 하나 설 연휴를 앞둔 시기에까지 박근혜 정부의 면면이 단 한 명도 드러나지 않은 건 문제였다. 박근혜 정부가 2월 25일 정상 출범할 수 있을지 의구심도 증폭되는 터였다.

 이제라도 총리 후보자와 북핵 위기의 컨트롤 타워가 될 국가안보실장이 지명된 건 다행이다. 그나마 한숨을 돌리게 됐다. 박 당선인은 검증을 철저히 하는 가운데서도 후속 인선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청와대 비서실장이 급하다. 인사 난국(難局)을 헤쳐나가기 위해선 청와대 비서실장의 정치적 보좌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미 역대 당선인에 비하면 많이 늦은 편이다. 국무위원과 청와대 수석들의 인선도 마냥 늦추기 어렵다.

 박 당선인 스스로 다급한 마음일 것이다. 그래도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박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했던 대탕평 약속이다. 박 당선인은 “모든 공직에 대탕평 인사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어느 한 지역이 아니라 모든 지역에 100% 대한민국 정권이 될 것”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껏 박 당선인의 인선에선 대탕평을 느끼기 어려웠다. 우선 지역 안배 문제다. 정홍원 후보자는 강직한 성품의 무난한 인물이라곤 하나 영남(경남 하동) 출신이다. 영남 출신 대통령이 40여 년 집권했지만 영남 출신 총리를 둔 건 1990년 노태우 대통령 시절 노재봉 총리뿐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가 철회했던 게 그나마 유사한 시도였다. 그만큼 영남 대통령-영남 총리 구도가 정치적 부담이 됐다는 얘기다. 박 당선인은 향후 인선에서라도 철저하게 지역적 고려를 해야 한다.

 직군의 다양성도 좀 더 감안해야 한다. 특히 정 후보자의 발탁을 두고 ‘또 법조인’이란 비판이 나온다. 그럴 법한 게 박 당선인은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시절부터 굵직굵직한 자리에 법조인을 기용해 왔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려는 취지라고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국정 운영이란 건 법의 잣대를 들이대 옳고 그름을 따지는 차원을 넘어선다. 유연하면서도 통합적인 사고의 소유자도 필요하다. 소통 문제를 지적받아온 박 당선인이기에 보좌 그룹의 다양성 확보가 특히나 중요한 과제일 수 있다.

 참신성도 보강할 대목이다. 박 당선인은 이번에도 쓴 사람을 또 쓰는 인사스타일을 구사했다. ‘깜짝 인사’가 없었으니 ‘감동 인사’도 없었다. 앞으론 달라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