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아줌마 '뜨고' 보험 아줌마 '지고'

중앙일보

입력

경기도 의정부 호원동에 사는 주부 김옥순(金玉順 ·39)씨는 지난 3월 한 카드회사의 모집인이 됐다.다니던 보험회사가 퇴출 당해 일자리를 바꾼 것.

金씨는 의정부시를 중심으로 동두천 ·포천 ·연천 일대의 상가 ·관공서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하루 3 ∼ 4명 가량의 카드 회원을 유치했다.金씨의 월 수입은 1백만원 정도다.

金씨는 "집안에 사정이 있어 하루 4~6시간씩 한달에 15일 정도만 근무하다 보니 실적이 썩 좋지는 않다"며 "보험설계사보다 수입은 적지만 영업이 단순해 일은 수월한 편"이라고 말했다.

주부가 쉽게 취업할 수 있는 대표 직종이 보험 설계사에서 카드 모집인으로 바뀌고 있다.저금리에 따른 역마진(보험 계약 때 약속한 금리보다 시중 금리가 낮아 생기는 손해) 등으로 경영이 어려워진 보험업계가 설계사를 줄이는 가운데 최근 호황을 누리는 카드업계가 모집인을 늘리고 있다.

◇ 좁아진 보험설계사 취업문=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보험설계사 수는 11월 말 현재 23만8천명(생보 17만8천명,손보 6만명)으로 가장 많았던 1997년(41만5천명)에 비해 43% 줄었다.외환위기 이후 10여곳의 보험사가 문을 닫은 데다 보험사들이 그 전처럼 적극적으로 설계사 채용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과거에는 보험사들이 신입 설계사를 많이 확보하기 위해 일선 영업소에 수당까지 줘가며 유치 경쟁을 벌였으나 요즘엔 능력이 검증된 인원만 선별해 뽑고 있다"고 말했다.

◇ 카드모집인 채용은 증가세=97년 1천5백명이었던 카드 모집인은 지난해 2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올 11월 말 현재 3만명을 넘어섰다. 일부 모집인은 1백명까지 직원을 두고 기업형으로 운영하고 있어 실제 카드 모집 종사원은 최대 8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더욱이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이 다이너스카드를 인수해 카드사업 확대에 나선 데다 내년에는 조흥.신한.하나은행 및 롯데그룹 등이 신규 진출을 추진 중이어서 카드모집인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신규 카드회원 다섯 명 중 서너명은 모집인이 유치하고 있다"며 "카드모집인의 월 평균 소득은 1백50만~2백만원 정도이며,억대 연봉자도 4~6명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카드 모집 쉽지만은 않아=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는 일인당 평균 3.5장의 카드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카드 보급이 성숙기에 접어든 상태여서 신규 고객 유치가 쉽지 않다.게다가 금융당국이 길거리에서 신용 심사를 제대로 안한 채 무분별하게 카드를 발급하는 행위를 규제하기로 해 카드 모집 활동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카드발급 시점에서 신청자의 소득 증빙을 반드시 확인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해 오는 20일께부터 시행할 방침"이라며 "새 제도가 시행되면 길거리 모집 행위는 상당히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진용 기자 chaj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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