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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출점 규제 ‘파편’ 맞은 청년 구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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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올해 울산을 비롯한 광역시에 대여섯 개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개장을 검토 중이던 외식전문업체 썬앳푸드. 이 회사는 동반성장위원회의 ‘매출 200억원, 직원 200명 이상’인 외식업체에 대한 출점 제한 조치가 발표되자 올 상반기 사업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있다. 썬앳푸드 관계자는 7일 “신규 점포 개설 계획을 동반위의 최종 결정이 나오는 다음달 말로 모두 연기했다”며 “새 점포 개설에 필요한 인력을 뽑는 채용 절차도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매드포갈릭과 한식당 모락 등을 운영하는 썬앳푸드는 지난해 1300여 명을 고용해 고용노동부에서 ‘고용 창출 100대 우수기업’에도 선정됐다. 하지만 신규매장을 못 열면 매장 한 곳당 35~40여 명의 직원도 뽑을 수 없게 된다.

 동반위가 중소기업적합업종에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 외식업체나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포함시키면서 청년 취업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외식산업은 청년 구직자가 선호하는 직장이다. 사업 확장이 어렵게 된 업체들이 채용을 포기하면 청년 일자리도 그만큼 줄 수밖에 없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체인사업인 블랙스미스를 새로 시작하고 마인츠돔을 인수해 제과점 진출을 선언했던 카페베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카페베네 관계자는 “올해 공격적인 투자를 할 계획이었지만 현재는 모두 재검토 중”이라며 “신규 매장을 못 내면 매장당 20여 명의 인력도 채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패밀리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한 업체는 “매장당 80~100명 정도가 일한다”며 “젊은 고객이 많아 대부분 젊은 직원을 뽑는데 고용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했다.

 동반위는 중견 외식업체에 “덩치가 커진 만큼 해외 시장을 공략하라”고 권고했지만 정작 업체들은 난감하다는 표정이다. 중견 외식업체 관계자는 “삼성이나 현대도 국내서 수십 년간 쌓은 제조 경험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에 성공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서비스업도 국내에서 서비스나 메뉴 개발 같은 노하우가 축적돼야 해외에 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고용 창출 효과가 높은 외식업이나 치킨집 같은 프랜차이즈 사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일자리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숭실대 벤처중소학과 박주영 교수는 이달 6일 열린 중소유통정책 심포지엄에서 “제과점의 경우 프랜차이즈 가맹점 한 곳이 4.31명을 고용해 일반 빵집 고용 인원 3.24명보다 1명 이상 많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국가경쟁력위원회도 프랜차이즈의 이 같은 고용창출 효과를 높이 평가해 2009년 “가맹점 1000개 이상 되는 대형프랜차이즈 업체 100개를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중견기업연합회는 “동반위가 명확한 기준 없이 중견기업을 대기업과 동일선상에서 규제하고 있다”고 불만이다. 외식산업 등으로 업종을 전문화해 사세를 키우려는 중견기업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켜 성장 의지를 꺾고 있다는 것이다. 중견련 강호갑 차기회장은 “동반위가 중견 외식전문업체까지 확장을 못하게 한 건 유감”이라며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다시 대기업으로 뻗어나가려는 희망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장정훈·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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