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초대한 식사모임 불참한 세 사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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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재오(左), 유승민(右)

새누리당 이명박계 좌장이던 이재오 의원과 친박근혜의 유승민 의원. 계파와 성향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의 최근 정치적 행보에 당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두 사람은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각각 이명박계와 박근혜계를 대표하는 상징이었다. 노선상 서로 대척점에 설 수밖에 없었던 사이다. 그러나 대선 이후 두 사람의 움직임이 묘하게 겹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국정 구상과 철학이 담긴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반기를 들었다는 점이다. 두 의원은 박 당선인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서명하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정부조직안에 대해 공개적인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이 의원은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공청회에서 외교통상부에서 통상 업무를 떼내 신설될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하는 데 대해 “지금 전 세계적으로 외교부의 기능이 정무가 아닌 통상교섭 기능인데, 이걸(통상 기능을) 다시 산업자원부로 이관한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계속 국내 정치 논리에 의해 바뀌면 이게 과연 국가적 이익과 경제에 도움이 되겠느냐”며 “일부 부처 이기주의의 차원이 아닌 국가적인 문제”라고도 했다. 박 당선인이 지난 3일 통상 업무 이관에 따른 우려에 대해 “그간 문제됐던 부처 간 이기주의·칸막이만 막아내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취지로 한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유승민 의원도 정부조직 개편에 대해선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통상교섭 기능을 신설되는 산업통상자원부로 보내는 것은 맞지 않다. 굳이 통상 업무를 외교부에서 떼려고 한다면 통상교섭대표부 등을 총리실 산하에 따로 두는 게 낫다”는 이유를 댔다.

 두 의원은 공교롭게도 박 당선인이 지역별 의원들과 가진 식사 모임에도 나란히 불참했다. 박 당선인이 초청한 서울지역 의원 오찬에 불참한 사람은 16명 가운데 이재오 의원과 구속 수감 중인 정두언 의원 두 사람뿐이었다. 유승민 의원은 앞서 1일 있었던 박 당선인과 대구지역 의원들과의 만찬에 가지 않았다.

 특히 이 의원은 오찬 불참 다음 날인 4일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겼다.

 “논어에 시지위시지(是知爲是知)하고 부지위부지(不知爲不知)하면 시지야(是知也)라 하였다.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다’고 했다. 특히 권력을 잡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고 말하는 사람일수록 깊이 음미해 볼 말이다.”

 박 당선인을 겨냥한 글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3공 시절 유신체제에 반대하며 학생운동을 했던 이 의원은 정치 입문 이후 줄곧 박 당선인과는 거리를 둬 왔다. 유 의원의 경우 최근 박 당선인과 소원해졌다는 소문이 당 주변에 나돌고 있다. 유 의원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유 의원이 사석에서 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에 불만을 표시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당내에선 “박 당선인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에서부터 “두 사람이 여당 내 비주류를 형성하려는 것”이란 관측까지 다양한 설이 나오고 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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