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 사나이’ 윤석민 … WBC 부담감 없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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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야구 대표팀에서 윤석민(가운데)의 비중이 더욱 커졌다. 윤석민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대만전에서 이긴 뒤 정근우(등번호 8)와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중앙포토]

“국제 대회에서 많이 던졌잖아요. 부담감을 가질 때는 아니죠.”

 다음 달 2일 시작하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KIA 윤석민(27)은 자신감이 넘쳤다. 2005년 야탑고를 졸업하고 프로에 입문한 이후 산전수전을 겪을 만큼 겪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윤석민은 ‘국제대회 히든카드’였지만 이번 대회에선 당당한 에이스다.

 이번 대표팀은 이승엽(37·삼성)·이대호(31·오릭스)·김태균(31·한화)이 모여 역대 최강 타선을 자랑한다. 반면 마운드, 특히 선발진은 1, 2회 대회 때에 비해 크게 약화됐다. 류현진(26·LA 다저스)·김광현(25·SK)·봉중근(33·LG) 등이 차례로 빠졌다.

 다들 윤석민만 바라보고 있다. 이를 잘 아는 윤석민은 침착하게 몸을 만들고 있다. 그는 미국 애리조나의 KIA 캠프에서 세 차례 불펜피칭을 했다. 윤석민은 “WBC 대회에 맞춰 몸을 최대한 빨리 만들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부상 위험도 있으니 무리할 필요가 없다. 현재 페이스는 2009년 2회 대회 때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큰 대회를 앞두고 부담이 클 것 같지만 의외로 담담하다. 젊은 나이에 쌓은 풍부한 경험이 그의 큰 자산이다. 윤석민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뽑혔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나갈 때만 해도 큰 기대를 받지 않은 채 ‘조커’ 역할을 했다. 2009년 WBC에선 당당히 준결승전(베네수엘라)에 등판해 승리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선 결승전 승리를 따냈다.

 윤석민은 국제대회 13경기에 등판, 5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1.05를 기록했다. ‘대한민국 에이스’ 류현진의 국제대회 성적(14경기 5승1패, 평균자책점 2.96)보다 낫다. 윤석민이 뿌리는 시속 150㎞가 넘는 직구와 140㎞대의 고속 슬라이더를 누구도 치지 못했다.

 그는 “WBC 공인구에 대해 많은 질문을 받았다. 그러나 2회 대회 때 사용해봤기 때문에 전혀 문제없다. (공 표면이 미끄럽지만) 서클 체인지업과 투심패스트볼을 던기기엔 오히려 편하다”며 여유를 보였다.

 한국 대표팀이 WBC 결승에 오른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발 투수가 윤석민일 것이다. 그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국제대회 결승전에 등판했다. 류현진의 뒤를 이어 등판해 구원승을 따냈다. 윤석민은 “WBC에선 결승까지 올라가는 길이 쉽지 않을 것이다. 결승에 진출한다면 잘 던지고 싶은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얼마 전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때문에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 아쉬움을 전하며 “석민이 형이 잘해 줄 것”이라고 했다. 류현진으로부터 에이스 역할을 물려받은 윤석민은 큰소리치는 대신 담담하게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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