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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 재건축 봄 봄 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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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서울 강남권에서도 노른자위로 꼽히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1·2·4주구)가 요즘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서를 받고 있는데 동의율이 80%를 넘어섰다.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다음 달까지 조합 설립을 위한 총회를 열 계획”이라고 전했다.

 용적률을 높이기 위해 종 상향(2종→3종)을 추진하던 강남구 삼성동 홍실아파트는 종 상향을 포기했다. 사업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이달 초 재건축안에 대한 주민공람을 마쳤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서울시가 종 상향을 꺼리자 조합 측이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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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재건축 시장에 봄이 오고 있다.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강동구 등의 주요 재건축 추진 아파트가 다시 사업 시동을 걸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이 침체되면서 지지부진한 지 5년 만이다.

 앞으로 사업이 순항하면 이들 지역 3만5000여 가구의 낡은 아파트는 2016년께부터 7만여 가구의 새 아파트로 탈바꿈한다. 재건축이 주춤하는 사이 줄어든 주택공급량이 늘어나게 되지만 사업이 비슷한 시기에 몰리면서 전세난도 우려된다.

 재건축 사업에 불을 댕긴 건 개포지구 등 저층(5층 이하) 단지다. 서울시의 소형주택(전용면적 60㎡ 이하) 의무 비율을 받아들여 잇따라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있다.

 종 상향, 한강변 초고층 등 재건축 사업에 대한 서울시 입장이 가닥을 잡으면서 중층(10~15층)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층은 그동안 소형주택 의무 비율이 적용되는 이른바 ‘2대 4대 4’ 방식과 소형주택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1대 1’ 방식을 두고 고민해 왔다. 그러다 ‘소형 30% 룰’이 확고해지자 갈 길(1대 1 방식)을 정하고 길을 나선 것이다. 실제로 홍실 등 대부분의 중층은 1대 1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는 재건축을 더 미뤄봐야 득보다 실이 많다는 계산이 작용했다. 10여 년 전부터 사업을 추진해 온 신반포1차의 경우 조합 측은 사업지연으로 그동안 조합원당 2억원, 총 1000억원 정도를 손해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재건축 개발 이익을 환수하는 재건축부담금을 2014년까지 물리지 않기로 한 것도 재건축 사업을 재촉하고 있다. 2014년 말까지 관리처분계획(최종 재건축계획)을 신청하면 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사업을 조금만 서두르면 조합원당 많게는 억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부담금을 아낄 수 있는 것이다. 주택시장이 바닥이라는 인식과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도 작용한다.

 재건축 사업이 활발해지면서 집값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줄곧 하락세를 이어오던 재건축 아파트 값이 최근 꿈틀대고 있다. 개포지구 주공3단지 36㎡(이하 전용면적)는 지난해 말 5억1000만원 선이었는데 지금은 5억6000만원을 호가한다. 반포동 주공1단지도 지난해 말 17억8000만원에 거래됐던 107㎡형이 지금은 19억~20억원에 나온다.

 문제는 전세시장이다. 재건축 단지가 이주를 시작하면 전세시장이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에도 송파구 가락시영 등이 이주하면서 강남권 전셋값이 급등했다. 개포지구 1만3000여 가구만 해도 사업 일정상 모두 내년에 이주할 예정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강남권은 교육환경 등 지역 특성상 전세 수요의 분산이 쉽지 않다”며 “서울시가 지역·단지별로 사업 속도 조절에 적극 나서는 등 입주 때까지 주택시장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정일·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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