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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男, 아내가 육아휴직 끝내자 바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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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3일 서울 서초구의 한 키즈카페에서 강정민씨가 아들 태연군과 함께 놀아주고 있다. IT업체에서 일하는 강씨는 올 1월부터 육아휴직을 신청해 아이 돌보기를 전담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오늘 꼬맹이가 처음으로 생선을 먹었다. 생선은 대구로 당첨! 대구·닭·양파·참깨를 넣은 이유식 이름은 용봉탕!!! 혹시 안먹을까봐 살짝 걱정 했는데 의외로 자알 먹는다. 이녀석 비싼건 알아가지구”(2월 1일자 육아일기)

 9개월된 아들 태연이를 위해 올해 1월 1일부터 1년간 육아휴직에 들어간 강정민(36)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지난 3일 서울 서초구의 키즈카페 ‘카페베베’에서 만난 강씨는 태연이를 품에 안은 채 이틀 전 성분 배합에 성공한 대구 이유식을 떠먹이며 뿌듯해했다. 그는 “미역을 넣었을 때는 다 남겼는데 이번 건 다 먹었다”며 “육아에 점점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강씨의 육아블로그에는 태연이의 식단 변천사뿐 아니라 상표별 기저귀의 특징을 비교한 것까지 시시콜콜하게 기록돼 있다. IT업체에 근무하는 강씨는 아내의 육아휴직이 끝나자 바통을 이어받았다. 간난애를 남의 손에 맡기긴 싫고 연세가 드신 부모님께 부탁하는 것도 마뜩치 않아서였다. 아내 김민경(38)씨는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그러다 “남편이 오히려 저보다 차분하고 여유있게 잘 한다”며 마음을 놓았다.

 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강씨처럼 지난해 육아휴직을 신청한 남성 근로자는 1790명. 2011년 1402명에 비해 27.6% 늘어났다. 올해는 2000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2001년에 2명에 불과했으나 육아휴직 급여가 지급되고 2008년 만 6세 이하 영유아로 대상이 확대되면서 급증하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 이재용 고령사회정책과장은 “2011년 아빠들의 육아참여를 장려하기 위해 발족시킨 ‘100인의 아빠단’ 선발 경쟁률이 5대 1에 달할 정도로 호응이 좋아 지난해엔 선발 인원을 250명으로 늘렸다”며 높아진 아빠들의 육아열을 설명했다. 그는 “특히 아빠들은 육아도 회사 생활의 연장선상으로 보고 전문가들을 만나고 관련 서적을 몇 권씩 독파하는 등 엄마들보다 더 적극적인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5월부터 육아휴직중인 공무원 권성욱(39)씨는 “육아휴직을 하면 반드시 육아일기를 쓰라”고 조언했다. 블로그 같은 데 사진과 함께 하루 단위의 변화상을 남기라는 거였다.

그는 “나도 처음엔 나은(2)이를 데리고 문화센터 같은 데 가면 백수냐고 물어 설명하기 바빴다”며 “육아일기 덕분에 육아정보를 가르쳐 줄 수준이 됐다”고 했다. 권씨의 육아 블로그에는 하루 1100명 안팎이 방문한다.

 남성 육아 전문 파워블로거도 지난해 처음 등장했다. 김동권(43)씨의 블로그 ‘아빠와 함께 하는 10분 게임’ 방문자는 하루 2000명, 새 글 알림 구독자는 5만 명이 넘는다. 2년 전부터 아들 세환(10)군과 함께한 170여 개의 재활용품 장난감 제작기를 실은 게 비결이다.

 정부 차원의 지원책도 이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일·가정 양립 지원법 개정에 근거해 300명 이상 사업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유급 3일까지 해 주던 남성 배우자의 출산휴가를 지난 2일부터 사업장 규모에 관계없이 최대 5일까지로 확대했다. 이화여대 이기숙(유아교육학) 교수는 “아빠들이 출산 과정에 참여하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글=민경원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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