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올림픽 전초전서 빛난 롱다리 괴물 … ‘심’ 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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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희(가운데)의 키는 1m73㎝다. 중국의 리젠러우(왼쪽·은메달), 영국의 엘리스 크리스티(동메달)보다 훨씬 크다. [소치 AP=뉴시스]

쇼트트랙에 롱다리 괴물이 등장했다. 쇼트트랙 대표팀 막내 심석희(16·오륜중)다.

 심석희는 2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국제빙상연맹(ISU) 2012~2013시즌 월드컵 5차 대회 여자 1500m 결승에서 2분26초338을 기록해 중국 리젠러우(27·2분26초518)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번 시즌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심석희는 월드컵 1차 대회에서 3관왕(1000·1500·3000m계주)을 차지한 데 이어 5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월드컵은 내년 겨울올림픽 개최지인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받았다. 심석희는 소치에서 열린 올림픽 리허설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안상미 SBS 쇼트트랙 해설위원은 “여자 쇼트트랙이 오랫동안 기다렸던 ‘괴물’이 나타났다”며 기뻐했다.

 심석희는 1m73㎝의 장신이다. ‘제 2의 전이경’이라 불리지만, 그보다 10㎝나 크다. 지금까지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이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스피드와 순발력으로 세계를 지배했지만 심석희는 그 반대다. 서양 선수들보다 긴 다리를 잘 활용하고 있다.

체육과학연구원 이순호 박사는 “쇼트트랙에서 가장 중요한 건 순발력과 유연성인데 키가 크다고 해서 이런 능력들이 반드시 떨어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몸싸움하기에는 큰 체격이 더 유리한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지금까지 한국 대표팀의 경우 작은 체격이 약점으로 작용할 때가 많았다. 특히 계주를 할 땐 큰 선수들 사이에서 밀릴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반 바퀴 더 돌아 멀리서 바통 터치를 했다”며 “체격이 크면 코너를 돌며 추월할 때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낮은 무게중심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스케이팅도 심석희의 장점이다. 심석희는 낮은 자세를 유지하며 오른발로 얼음을 쭉쭉 밀어내는데, 이때 얼음을 밀어내는 힘이 클수록 스케이팅이 탄력을 받는다. 이 박사는 “오른발로 얼음을 지치는 것을 ‘푸시 오프’라고 하는데, 키가 크고 힘이 좋은 선수일수록 그 힘이 크다”고 말했다.

 안 위원은 “여자 선수들은 2차 성징(性徵)이 완성되기 전인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사이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다. 전이경 전 위원도 19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 때 고교 2학년이었다”며 “곧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심석희도 소치 올림픽이 열리는 내년에 전성기를 맞을 수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손애성 기자

◆ 심석희는 …

생년월일 1997년 1월 30일 신체 조건 1m73㎝

학교 오륜중학교(세화여고 진학 예정)

경력 -2012~2013 ISU 월드컵 5차 1500m 1위

-2012~2013 ISU 월드컵 4차 1500m 1위

-2012~2013 ISU 월드컵 3차 1500m 1위

-2012~2013 ISU 월드컵 2차 1500m 1위

-2012~2013 ISU 월드컵 1차 1500m·1000m· 3000m 계주 1위

- 2011~2012 ISU 세계주니어 선수권대회 종합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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