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간 연장보다 프로 개선이 먼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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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위원회가 20일 전체회의에서 KBS.MBC.SBS 등 지상파 TV 방송 운영시간 확대안을 검토한다고 한다. 건의안은 평일 오전 6시~정오, 오후 4시~다음날 오전 1시로 규정돼 있는 방송시간을 3월 개편 때 3시간 연장하고 내년 3월 이후에는 종일 방송을 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만일 방송위 전체회의에서 확대하기로 방향이 정해지면 오는 28일께 공청회를 열어 연장 시간 조절 등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지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방송협회가 지상파 TV 방송시간 연장을 요구하는 명분은 '방송시간 자율화'다. '스스로의 원칙에 따라 일하는 것'을 의미하는 자율은 높은 수준의 역량과 책임을 요구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상파 방송이 이 같은 수준에 도달했다는 객관적 증거를 찾기 어렵다.

지상파 4개 채널은 오십보 백보의 차이만 있을 뿐, 한결같이 시청자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최근 KBS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조사해 발표한 프로그램 품질 평가지수(PSI)는 KBS1 73.9점, KBS2 69.7점, MBC 69.9점, SBS 68.7점이라는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상업방송인 SBS는 말할 것도 없고, 공영방송인 MBC, 나아가 국가 기간방송인 KBS까지 시청률 올리기에만 혈안이 돼 흥미 본위의 저질 오락프로그램을 남발한 까닭이다. 더욱이 한 방송사의 프로가 인기를 모으면 서둘러 비슷한 포맷을 차용함으로써 전파의 낭비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방송시간이 늘어난다면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는 가속될 수밖에 없다. 프로그램의 질적 개선이 선결되지 않는 한 방송시간의 연장은 '방송사의 배불리기'일 뿐 시청자들에게는 고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