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정에 따뜻해지는 백기완씨 연구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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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재야운동가 백기완(71.사진)씨의 통일문제연구소가 새 단장을 한다. 바닥 난방공사다. 평생 돈이나 편리함과는 거리를 두고 살았던 '영원한 야인(野人)'도 나이와 추위에는 어쩔 수 없던 것일까.

KBS 'TV는 사랑을 싣고'의 작가 안혜진씨가 이곳을 찾은 것이 지난해 크리스마스 직전. 마침 보일러가 터져 바닥은 얼음장이었다. 공사 비용을 알아보니 약 4백만원. 하지만 백씨는 "추우면 옷을 더 입으면 되지 수리는 뭘…"이라고 할 뿐이었다. 안씨의 고민이 시작됐다.

"인터넷 등으로 공개 모금을 하면 더 쉬웠겠지요. 하지만 평생을 자존심 하나로 살아오신 분이잖아요. 불쌍한 노인네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요." 작가의 친구, 그 동생, 동생이 다니는 학교 동아리 등 알음알음 아는 이들의 십시일반이 계속됐다.

익명으로 돈을 보내온 사람도 있었다. 발 넓기로 소문난 개그우먼 김미화씨도 한몫 톡톡히 했다. 그렇게 1천2백여만원이 모였다. 신이 나서 백씨를 찾아간 안씨는 된통 꾸지람만 들었다.

일주일간의 설득 기간. 때마침 찾아온 맹추위에 동파된 수도가 원군이었다. 물도 안 나오니 이 참에 본격적인 공사를 벌이자는 집요한 설득에 백씨도 손을 들었다. 이번 주말이면 통일문화연구소는 훨씬 따뜻해질 것이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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