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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법, 장관 인선 차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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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29일 전격 사퇴함에 따라 대통령직인수위의 향후 일정도 헝클어질 위기에 놓였다.

 당초 새누리당은 30일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최종 가다듬은 뒤 이날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를 신설하는 등 박근혜 정부의 골격을 담은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논의돼 여야 합의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면 늦어도 2월 중순에는 초대 내각 명단을 발표하는 수순을 짰었다. 일각에선 이번 주말 내에 대통령비서실장이 발표되는 등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선 작업이 본격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초대 총리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이런 일정은 차질을 빚게 됐다. ‘책임총리제’를 강조해온 박 당선인은 총리 후보자와 협의해 조각(組閣)을 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번 밝혔다. 따라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국회에서 원만히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합의하더라도 새 총리 후보자의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는 장관 인선 작업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새 총리 인선 작업도 난관에 부닥칠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 인준이 불투명해진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이어 김 후보자가 여론의 검증에 걸려 낙마하는 걸 지켜본 잠재적 후보들이 박 당선인의 후보직 제의 요청을 거부할 가능성까지 커진 상황이다. 당초 김 후보자의 지명이 늦어졌던 데는 총리직 제의를 고사한 인사들이 여럿 있었기 때문이란 얘기도 흘러나온 터다. 앞서 총리 지명설이 나돌던 김능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조무제 전 대법관 등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사의 뜻을 분명히 했다.

 여야 협상도 낙관할 수만은 없다. 대선 패배 이후 침체기에 있던 민주당이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 청문회, 김 후보자 중도 사퇴를 계기로 대여(對與) 투쟁 강도를 높일 수 있어서다. 민주당은 청와대 경호처(차관급)의 경호실(장관급) 승격, 외교통상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현 지식경제부)로의 통상교섭 기능 이전, 미래창조과학부의 지나친 비대화 등에 반대한다는 방침을 밝히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린 상태다.

 또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쌍용자동차 문제 해결을 위해 여야와 노사정이 참여하는 ‘2+3 협의체’를 만들겠다는 계획이지만 새누리당은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야가 대치할 경우 정부조직법 개정 자체가 지연되고 전반적인 새 정부 출범 작업이 지연되는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5년 전 이명박 당시 당선인은 여야가 정부조직법 개정을 놓고 계속 대치하자 미리 장관 후보자 15명을 전격 발표하는 강수를 뒀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야당이 더욱 반발하면서 개정안이 대통령 취임식을 사흘 앞둔 2월 22일에서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는 이 대통령 취임 뒤에야 진행될 수 있었다. 인수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김 후보자의 사퇴로 경우에 따라선 인수위도 비상체제에 돌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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