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기반공사 人事 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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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자 농업기반공사 인사에서 사장.이사.감사 등 고위직에 선임되거나 승진한 인물들이 묘하게도 현 정부 또는 새 정부 핵심 인사들과 이런저런 연고가 있어 화제다.

신임 사장인 배희준(裵希俊)씨는 민주당 배기선(裵基善) 전 사무총장의 형이다. 박지원(朴智元) 청와대 비서실장과는 전남 문태고 동기 동창으로 알려졌다.

이사(기술지원)로 승진한 임채신(林采信)씨는 임채정(林采正)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의 동생이다. 전남대를 나와 직전까지 이 공사의 새만금사업단장을 지냈다.

이 공사 6명의 이사 중 총무담당 이사였던 裵씨가 사장으로 승진했고, 새 이사진에 林씨가 포함된 것이다.

감사에 선임된 김영대(金永臺)씨는 조선대부속고와 조선대를 나와 103여단 부여단장, 청와대 경호실 1처장을 거쳐 최근까지 청와대 경호실 차장을 지냈다.

농업기반공사는 농지개량조합.농지개량조합연합회.농어촌진흥공사를 통합해 2000년 1월 출범한 대형 기관이다. 공사 측은 직원이 5천9백여명, 예산이 2조3천여억원이라고 밝혔다.

공사 관계자는 "裵사장은 공사의 전신인 농지개량조합에서도 이사를 지냈고 직전까지 총무이사를 역임한 데다, 전임사장이 농어촌진흥공사 출신이라 이번에는 화합차원에서 농지개량조합 출신을 발탁한 것"이라며 "林이사도 농어촌진흥공사에 입사한 뒤 30년 이상 이 분야에서만 일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감사의 경우 사장과 이사가 내부인사라 외부에서 발탁한 것 같은데 기획예산처가 한 일이라 우린 경위를 잘 모른다"고 했다.

인수위와 민주당 내에선 "지난 13일 인수위 회의에서 盧당선자가 밝힌 공기업 인사의 3원칙(효율성.공익성.개혁성)에 맞는지 모르겠다"며 "당사자들이야 억울할 수 있겠지만 모양새는 별로 좋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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