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강진…또 쓰나미 공포] 지진 현장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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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인도네시아 니아스섬의 한 주민이 다친 가족을 간호하고 있다(사진 (上)). 손에 든 것은 정맥 주사용 비닐팩이다. 아래 사진은 강진이 휩쓸고 간 니아스섬 구능 시톨리 마을의 29일 항공 촬영 모습. 무너져내린 축대와 부서진 집들이 보인다.[니아스 AP=연합]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과 가까운 인도양에서 28일 밤(현지시간) 리히터 규모 8.7의 강진이 발생해 최대 2000명이 숨진 것으로 보인다. 태국.스리랑카.인도 등 인접 국가에선 지진 뒤 바다에서 생기는 지진해일(쓰나미)을 우려해 긴급 경보를 발령하고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이들 국가는 3개월 전 리히터 규모 9.0의 강진과 쓰나미가 덮쳐 28만여 명의 사망.실종자를 냈다. 이번 지진으로 한국 교민.여행객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쓰나미 공포로 대피 소동="쓰나미가 또 일어나는 줄 알았다. 정신없이 집을 뛰쳐나왔다. 지난번(2004년 12월 26일)에 목숨을 잃은 친척들의 얼굴이 눈앞을 지나갔다."(수마트라섬 주민)

28일 밤 인도네시아는 '제2의 쓰나미'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공포에 떨었다. 지난해 말 쓰나미가 할퀴고 지나간 지 불과 3개월 만에 다시 덮친 지진이었다. 지진이 발생한 시각은 오후 11시9분. 대부분의 주민이 잠자리에 막 들려던 참이었다. 쓰나미 최대 피해 지역 중 하나였던 반다아체주 주민들은 잠옷 차림으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소지품도 변변히 챙기지 못했다. 무조건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잡아타고 고지대로 향했다. 대피 행렬이 거리를 메웠다.

이들은 쓰나미 경고가 해제된 뒤에도 고지대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그만큼 쓰나미에 대한 공포가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도.태국.말레이시아 등 인도양 연안국들은 지진 직후 쓰나미 경보를 내렸다. 한밤중에 울린 사이렌에 놀란 수만 명의 주민이 한꺼번에 고지대로 몰리는 통에 도로가 마비되기도 했다.

진앙으로부터 약 500㎞ 떨어진 말레이시아 수도 콸라룸푸르의 고층건물에 있던 사람들은 "쓰나미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일제히 대피를 시작했다. 한 주민은 "잠을 청하려는데 갑자기 방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며 "처음에는 내가 꿈을 꾸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태국 푸껫 파통 해안에서는 28일 자정(현지시간) 직전에 쓰나미 경고 사이렌이 울렸으나 경고는 약 2시간 뒤에 해제됐다. 이에 따라 관광객들은 29일 아침부터 파통 해안으로 나가 일광욕을 즐기는가 하면 바닷물에 뛰어들어 수영을 즐겼다.

◆"최소한 1000명 숨졌다"=자카르타 북서쪽으로 1500㎞ 떨어진 니아스섬은 정전이 되고 통신망이 끊긴 상태다. 니아스섬 지방 관리들은 "인구 3만 명인 구눙 시톨리 지역은 수백 채의 건물이 무너져 '죽음의 도시'가 됐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은 병원 의료진이 대피하는 바람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유수프 칼라 부통령은 29일 "진앙에서 가까운 니아스섬의 주민 1000~2000명이 숨졌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구호팀 관계자는 "지금까지 300여 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으며 건물 잔해 속에서 시신을 발굴 중"이라고 밝혔다. 주택의 70% 이상이 파괴됐다. 수많은 사람이 무너진 건물더미에 갇혀 있는 것으로 전해져 인명피해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관영 매체들은 "지난해 12월 지진 피해를 보았던 아체주(州)의 실킬에서도 수백 채의 건물이 부서졌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정확한 인명피해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니아스섬으로 군부대.식량.의약품.구호요원을 긴급 수송할 방침이다.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은 30일로 잡혔던 호주 방문 계획을 연기했다.

◆"한국인 인명피해는 없다"=한국인 피해자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외교통상부의 조중표 재외국민영사담당 대사는 "인명피해가 집중된 니아스섬에 현재 한국인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마트라섬에는 지난해 12월 발생한 쓰나미 구호요원으로 5명이, 메단시에 교민 100여 명이 거주하고 있으나 피해 지역과 거리가 멀어 피해가 없다"고 말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서울=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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