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과세의 유혹 … ETF랩에 돈 몰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절세가 대세’가 되면서 상장지수펀드(ETF) 랩 어카운트가 주목받는다. 매매차익에 세금을 내지 않고, 주식보다는 변동성이 낮다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28일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이 회사가 판매하는 ‘명품 프로 ETF랩’에는 올 들어 109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지난해 7월 판매를 시작한 뒤 다섯 달 동안 162억원이 들어왔는데 올해 한 달이 못 되는 기간에 100억원 넘게 팔렸다. 이 랩은 시장 흐름에 따라 레버리지(주가지수 상승 시 1.5~2배 오름) ETF, 인버스(주가지수가 하락 시 오름) ETF, 일반 지수형 ETF 등에 투자한다. 투자자 성향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달리 짤 수 있고 비과세라는 점이 주목받으며 자금이 급속히 유입됐다. 동양증권의 ETF랩에도 최근 약 한 달 만에 120억원이 들어왔다. 이 회사는 코스피지수 등을 좇는 ETF에 주로 투자하다가, 미리 정한 수익률(8~15%)을 달성하면 채권형으로 바뀌어 수익을 지키는 ‘전환형’ ETF를 17개 판매했다. 그중 11개가 이미 목표수익을 달성했다. 절세 효과가 있는 데다 성과가 안정적이라는 입소문이 나자 특별한 마케팅을 하지 않았는데도 돈이 들어왔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환 동양증권 고객자산운용본부장은 “ETF랩은 최근 변동성이 심한 장세에서 꾸준히 코스피보다 나은 수익률을 보였고, 매매차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아 자산배분과 절세 목적의 투자자에게 적당하다”고 말했다.

 다음 달 15일부터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아지고, 상속형 즉시연금 비과세 한도를 2억원으로 제한하는 등 세법이 바뀌는 영향이 크다. 절세상품으론 흔히 각종 장기채권과 저축성 보험이 자주 언급된다. 하지만 가장 확실한 절세상품은 ETF라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주식처럼, 코스피시장을 기준으로 0.15%의 거래세만 내면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주식처럼 변동성이 크지도 않다. 이런 ETF를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 바구니에 골라 담을 수 있는 게 ETF랩의 매력이다.

 최근 증권사마다 다양한 ETF랩을 내놓아 선택의 폭도 넓다. 시장 상황에 따라 여러 ETF의 편입 비중을 조절하는 ‘기본형’은 대부분의 증권사가 판매한다. 한국투자증권의 ‘아임유 적립식 ETF랩’은 최소 20만원 이상, 매달 조금씩 ETF를 사 모으는 ‘적립형’이다. 주가지수를 좇는 ETF에 주로 투자하고 일부는 정보기술(IT)이나 자동차 등 특정 업종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투자해 초과 수익을 노린다. 우리투자증권의 ‘스마트 인베스터 랩’은 ‘시스템형’이다. 지수 변동에 따라 미리 정해진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ETF를 매수한다. 지수가 내리면 더 사고, 오르면 덜 사서 저가 분할매수 효과를 추구한다. 주가지수형 ETF에 투자하다 일정 수익률을 달성하면 채권형 ETF로 전환, 수익을 지키는 전환형 ETF랩은 일정 액수를 모집한 뒤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 반짝 상품이 많다.

 중국 경기 회복 기대가 높아지면서 중국 ETF에 투자하는 랩도 속속 나온다. 해외 ETF랩은 국내 ETF랩과 세금이 다르다. 해외 주식 매매차익은 과세 대상이다. 해외 상장된 ETF에 투자하는 랩의 경우 분리과세(22%)가 가능하다. 랩 어카운트는 아니지만 ETF에 자동으로 적립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삼성증권의 ‘ETF자동적립우대서비스’는 적금처럼 일정 기간 약정을 맺고, 투자자가 고른 ETF를 매월 정해진 일자에 적립해 준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매달 4억여원이 이 자동적립 서비스를 통해 들어오는데, 1월에는 60여 명이 이 서비스를 신청해 지난해 월평균보다 많았다.

김수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