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핵실험 공개 천명 … 파멸로 치닫는 북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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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한 제재 결의(2087호) 채택에 반발한 북한이 24일 핵실험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전날 외무성 성명을 통해 시사한 데 이어 아예 국방위원회 성명으로 공식 확인한 것이다.

성명은 “우리가 계속 발사하게 될 여러 가지 위성과 장거리 로켓도, 우리가 진행할 높은 수준의 핵실험도 우리 인민의 철천지 원수인 미국을 겨냥하게 된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있다. 북한은 조만간 핵실험을 강행할 전망이며, 이에 따라 동아시아 정세가 급격히 냉각될 것 같다.

 북한의 의도는 국제사회로부터 명실상부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겠다는 것이다.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할 당시부터 가졌던 야망을 드디어 최종 공식화한 것이다. 대량파괴무기의 확산을 억제함으로써 인류 멸망의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국제사회의 평화 유지 노력에 정면으로 맞서는 행위다.

 북한은 이른바 ‘자주권’을 내세워 핵무장을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주장하는 자주권은 결국 ‘소수 권력층의 이익을 위해 대다수 주민의 권익을 희생시키는 폐쇄적인 독재체제를 지키기 위한 권리’를 말할 뿐이다. 누구에게도 인정받을 수 없는 논리다. 한국의 위성발사에 대해 국제사회 누구도 문제삼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한편 북한이 ‘핵미사일이 미국을 겨냥한다’고 강조한 대목은 미국과의 협상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과의 긴장을 최고조로 높임으로써 협상을 이끌어내고,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것이다. 6자회담 등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삼고 있는 기존의 협상 구도를 버리고 새 판을 짜겠다는 뜻이다. ‘벼랑 끝 전술’을 다시 꺼내든 꼴이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의 위협에 굴복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그보다는 오히려 중국의 지지와 지원을 약화시키는 결과만 낳게 될 것이다.

 북한의 초강경 대처는 김정은 체제의 안착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사실이라면 북한의 핵실험 위협이 먹히지 않을 경우 새로운 도발을 시도할 위험성이 커진다. 치밀한 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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