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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영과 이별후 자살 결심했던 주영훈 심경고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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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던 주영훈이 슬픔에 젖어 있다. 1년 3개월 동안 아름다운 사랑을 몰래 나눴던 손태영이 영화배우 신현준에게로 떠나가버린 것. 충격과 배신감으로 불면의 날과 거식증을 앓고 있는 주영훈의 가슴 시린 이야기.

지난 10월 중순, 충격적인 소식 하나를 접했다. 주영훈(30)과 손태영(22)의 몰래 한 사랑과 갑작스런 이별. 더 놀라운 것은 두 사람이 헤어진 원인이 영화배우 신현준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사실 주영훈과 미스코리아 출신 손태영이 오랜 연인 사이였다는 것만으로도 특종감이었다. 그런데 연예인들 사이의 삼각관계라니….

최근 방송에 나온 주영훈은 몰라보게 수척해 있었다. 지난 봄 3집 앨범 활동 때만 해도 호빵맨 그대로였는데…. 그의 얼굴이 반쪽이 된 걸 보고 처음에는 다이어트라도 한 줄 알았다. 그런 와중에 접한 손태영과의 이별 소식은 핼쑥해진 그의 모습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했다.

필자가 그를 처음 만난 건 3년 전. 엄정화의 ‘포이즌’ ‘배반의 장미’ 등을 작곡한 최고의 작곡가에 말까지 잘해 물 만난 고기마냥 방송에 한창 물이 오르고 있었을 때였다. 방송작가인 필자는 그의 빠른 말 덕분에 항상 다른 대본보다 1/3을 그의 몫으로 더 써야 했던 ‘슬픔’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 인연으로 ‘오빠, 동생하는 사이’가 됐다.

평소 그를 보고 있노라면 동네마다 꼭 있는 아줌마가 생각났다. 말도 많고 정도 많아 온 동네방네 미주알고주알 참견하기 좋아하고, 사람 좋아해 억울한 일이라도 있을라치면 먼저 나서서 해결해줘야 하고, 가슴 아픈 사연 누구보다도 열심히 들어주면서 먼저 눈물콧물 찍어내는, 약간은 펑퍼짐한 그런 아줌마 말이다.

그런 그가 슬픈 이별 이야기의 주인공이라니…. 본인이 직접 확인해주기 전까지는 정말 믿고 싶지 않았다. 꽤 오랜만에 만났던 탓인가.

카페에 들어선 그의 모습은 어딘가 변해 있는 듯싶었다. 단순히 살이 빠져서 그런 게 아닌, 뭔가 그를 감싸고 있는 많은 느낌들이 분명히 달라져 있었다.

“왜 그렇게 반쪽이 됐어요?”
“나 살 많이 빠졌지. 지난 8월 초부터 지금까지 15kg 빠졌으니까. 허리띠 보여줄까? 구멍을 몇 개를 더 뚫었는지 모른다. 계속 빠지고 있는 것 같아. 내 인생에서 지난 두 달간은 꼭 지옥을 다녀온 것 같아….”

그랬구나. 정말 가슴 아픈 사랑앓이를 했었구나. 빤히 쳐다보는 눈을 피하듯 그는 담배를 피워물었다. 그러고 보니 얼굴 표정도 많이 변해 있었다. 시종일관 상대를 편하게 해주던 그 말솜씨도, 툭하면 손바닥 쳐가며 좋아라 웃는 그 제스처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지난 봄 방송일 함께 하다가 예쁜 사랑 싹틔워
2개월 전 보낸 갑작스런 이별의 문자 메시지

“8월부터야. 그동안 하루 2시간 이상 푹 자본 적이 없어. 먹으면 바로 다 토하고, 거식증 같더라구. 술을 먹어도 안주를 못 먹겠는 거야. 하루에 20시간을 울다 지쳐 잠든 적도 있다니까. 그냥 힘들기만 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
이제는 무슨 얘기를 물어봐야 할지, 물어도 되는지 슬슬 미안해졌다. 이럴 때는 기다리는 것 외에 뭐가 있겠는가. 그답지 않게 한참을 뜸들이고 난 뒤에서야 겨우 말문을 열었다.
“나 그 사람 굉장히 좋아했나봐. 알잖아. 나 상담가 아니냐. 친구들 문제 생기면 정말 다 나한테 와서 이야기하는 거. 다른 사람이 고민 이야기할 때는 그랬다. 그렇게 간단한 걸 갖고 뭘 저렇게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야단이지. 이렇게 하면 되는데…. 너무 쉽고 간단하더라구.
근데 막상 내 일이 되니까 이게 장난이 아닌 거야. 정말 힘들더라구. 워낙 내가 나밖에 몰라서 다 줘도 아깝지 않은 사랑을 해본적이 없는 것 같아, 이번말고는.”
주영훈과 손태영은 작년 6월 방송일을 하다가 처음 만났다. 당시 주영훈은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번지점프대’ 코너를 진행하고 있었고, 미스코리아 출신의 손태영은 게스트로 출연했다. 그렇게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지난 1년 3개월 동안 정말 예쁜 사랑을 했다고 한다. 맑은 눈, 착한 성품, 그의 눈에 손태영은 어디를 봐도 예쁘기만 했었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믿어준다는 것만으로도 참 많이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공인으로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워 제대로 된 데이트 한번 해본 적이 없었다. 둘이서 어디를 간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고 항상 누군가 다른 사람들과 동행해야만 했다. 행여나 손태영에게 해라도 끼칠까, 영화 한 편을 봐도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
자신은 매니저나 코디와 함께 먼저 들어가 있고 손태영은 언니와 함께 시간차를 두고 들어와 반대편에 앉곤 했다. 둘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이래야, 두 사람의 얼굴을 알아볼 이 없는 외딴 시골 식당 구석 자리에서 밥 먹는 게 고작이었다. 그 오가는 시간, 그 잠깐의 몰래 데이트라도 그녀와라면 행복했었다.

신현준과 열애 소식 듣고 자살 생각
며느리로 생각했던 부모님도 충격

“난 남자니까 괜찮은데 여자는 다르잖아. 확실하게 결혼 발표나 했으면 모를까 많이 조심스러웠어. 절대 그 사람한테는 피해를 주기 싫더라구.”

주영훈은 올해 초 미스인터내셔널 미인대회에 나가는 손태영을 따라 일본에 함께 가기도 했었다. 1년 넘게 사귀었던 두 사람은 지난 봄 결혼하기로 약속까지 했었다. 양가 부모님에게도 찾아가 인사를 드렸다.

특히 미국에서 한국으로 역이민 온 주영훈 부모의 손태영에 대한 사랑은 각별했다. 휴일이면 손태영은 주영훈의 집을 찾아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주영훈은 손태영이 언제나 자신 옆에서 그렇게 예쁘게 그 자리를 지켜줄 거라는 사실을 의심해본 적이 없었다. 그랬던 그녀가 지난 8월, 3일간의 캐나다 출장을 다녀온 뒤 변하기 시작했다. 당시 손태영은 가수 김정민의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상대역인 신현준과 함께 캐나나로 갔었다.

헤어져 있었던 3일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캐나다에서 돌아온 손태영은 전화 한 통 없이 휴대폰에 이별의 문자 메시지만 남겨놓고 떠나가버렸다.

“정말 미치겠더라구. 사람이 확 달라지는데, 정말 누명쓴 죄인 같은 거야. 이유를 알아야 사람이 살지. 전화를 해도 받지도 않고. 다만 성격이 안 맞아서라는데 할말이 있어야지. 오죽 답답했으면 크리스찬인 내가 무속인까지 찾아갔다니까.
근데 그 무속인이 돌아온다는 거야. 내가 진심을 그녀에게 보인다면…. 정말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본 것 같아. 후회하기 싫었거든.”

그러다가 우연히 친구에게서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에게 다른 남자가 생겼다는 것. 1년을 넘게 만나던 사람이 단 3일 만에 다른 남자에게 가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더욱 믿을 수 없는 건 그 남자는 그녀가 주영훈의 여자친구인 것을 뻔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녀에게 먼저 다가갔다는 사실이었다.

지난 9월 말경 손태영과 신현준의 열애설이 일간지에 보도되었다.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캐나다에 함께 갔던 두 사람이 사랑에 빠졌다는 것. 그 기사를 읽은 주영훈의 마음은 어땠을까.

“집행유예 기간이라는 게 있잖아. 정해진 시간에 같은 죄를 저지르지 말라는 거지. 그래도 한때 사랑했던 사이인데, 나와 헤어지고 난 뒤 어떻게 바로 다른 사람에게 갈 수가 있니. 정말 믿었었는데…. 정말 이래서 사람들이 자살을 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다 들더라니까.

모래처럼 손에서 스르르 빠져 나간 사랑
이별 뒤 2시간 이상 자본 적 없어

그렇게 죽고 못 살았는데 지나가니까 아무것도 아닌 거야. 손 안에서 주룩 빠져 나가는 모래밖에 안 돼, 물거품처럼…. 수면제 60알을 샀어. 정말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면 죽어버리려고….”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전했을 때 주영훈의 부모님은 자신보다 오히려 더 실망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그의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실신해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그런 부모님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가 없었다.

자존심 강한 그는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겼다는 것에, 그 사람이 이별 직후 바로 다른 사람에게 가버렸다는 배신감에 많이 힘들어 보였다. 그녀가 가고 나서 제일 힘든 시간은 혼자 있는 시간이었단다. 혼자 있을 때 밀려오는 배신감, 외로움, 고독감은 정말 감당하기 힘든 형벌이었다.

“주위 사람들이 많이 고생했어. 매니저, 코디, 친구들…. 혼자 있기가 싫으니까 다 가지 말라고 잡는 거야. 정말 씻고 침대에 들어가는 시간이 진저리가 나도록 싫었어.”

지금도 집에 들어가기 전에 같이 사는 친동생에게 전화를 건다. 집에 있느냐고, 일찍 들어오라고. 힘든 일을 겪고 났더니 체질까지 변했다면서 웃는다. 어묵, 라면, 떡볶이 귀신이 이제는 그런 음식들은 쳐다보지도 못하겠고, 술도 그전처럼 마실 수가 없다. 말수가 준 건 물론이다. 그래도 힘든 일이 있고 나니까 주위에 남는 건 사람뿐이더란다.

“나 사람 복은 많은 놈인 것 같아. 한 사람을 떠나보내긴 했지만, 그래도 주위에 정말 소중한 사람은 다 내 곁에 있더라구. 다들 많이 고마워. 이제는 다 받아들이려고 해. 더 이상 망가져 있기에는 내 자존심이 많이 상해서 말이야. 앞으로 좋은 일 또 생기겠지.”

사람 좋아하는 그이기에 사람 때문에 얻은 상처도 사람으로 치유하고 있는 듯했다. 그 힘든 와중에 주영훈은 엄정화 7집 녹음을 마쳤다.

“일이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어. 정말 힘들다가도 일하는 동안만은 잊을 수 있었으니까. 정화하고는 궁합이 잘 맞아. 내 곡을 120% 소화해주니까 고맙고, 친구로서도 훌륭하고…. 이번에도 열심히 했어.”

일 이야기가 나오니까 바로 ‘진짜’ 주영훈의 모습이 나왔다. 그는 요즘 신인 가수 발굴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저 가요계에 누나 끼치지 않기를 바라면서 만든 신인 그룹 K-pop이 왕성한 활동 중이다. 3년 동안 자식 키우는 마음으로 캐스팅부터 시작해 앨범의 전곡을 프로듀서했다.

올 겨울을 뜨겁게 달굴 이정현, 하지원에게도 곡을 써줬다. 이정현의 새 앨범은 이미 녹음이 끝난 상태이고 안재욱, 포지션 등 굵직굵직한 가수들과의 작업도 계속 꼬리를 물고 있다. 이번 개편 때는 방송일도 열심히 하려고 한다. 힘든 일을 털어버리기에는 일만한 것이 없으니까.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자신의 일에 대해서 만큼은 확실한 프로의 모습엔 변함이 없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따뜻한 손 마주 잡으면서 다시 한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좋은 사람은 어디에서든 티가 나기 마련이라고…. 좋은 남자 주영훈. 그를 만나는 내내 그가 참 그리웠다. 이제 곧 다시 돌아올 유쾌 상쾌 통쾌한 그가, 진짜 그의 모습이….

믿고 싶지 않았던 어이없는 이별을 주영훈은 이제 받아들이려고 한다. 더 이상 망가져 있기에는 자존심이 너무 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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