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수 안 두는 여성 기업, 중소기업 시대 밑천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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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사업가의 최고 덕목은 신뢰라고 강조하는 이민재 회장. [오종택 기자]

“‘손톱 밑 가시’, 어렵게 찾을 거 없다. 있는 제도부터 제대로 하는 게 먼저다.”

 이민재(69) 신임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은 눈길을 피하는 법이 없었다. 18년간 전업 주부를 하다 창업을 해 여성 경제단체의 수장에 오른 배짱과 강단이 느껴졌다. 그는 “여성 대통령 시대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박근혜 당선인이 서둘러 여성 경제인과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성은 무리수를 두거나 위험한 투자를 거의 하지 않는다”며 “작지만 오래 살아남는 여성 기업이야말로 중소기업 중심 경제 시대의 밑바탕”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1987년 광림무역을 설립, 특수용지와 사료 무역을 통해 연 매출 300억원 규모로 회사를 키웠다. 지금은 엠슨으로 이름을 바꿨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여성 경제인의 창업·경영 지원, 정책 개발·건의 등을 해주는 단체로 전국 1700여 기업이 회원사다. 72년 설립된 대한여성경제인협회가 모태. 이 회장의 임기는 3년이다.

 - 여성 기업계의 ‘손톱 밑 가시’는 .

 “당선인이 기업 애로 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손톱 밑 가시’를 뽑겠다고 한 것을 환영한다. 법 조문에 규정돼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 유명무실한 제도부터 제대로 시작해야 한다. 공공기관이 물품 용역의 5%, 공사 계약의 3%를 여성 기업에 할당하도록 한 제도가 대표적이다. 여성이 대표인 기업은 중소기업이 많은 만큼 자금 조달이나 판로 확대에도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 경제가 어렵다. 희망은 어디서 찾아야 하나.

 “숨어있는 자원, 개발되지 못하고 있는 인적 자원이 여성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졌지만 여전히 승진·창업 등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미래 산업인 생명·바이오 산업에서도 섬세하고 관찰력이 뛰어난 여성 인력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또 중소기업이 강해지려면 안정적으로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이 많아야 한다. 여성 기업의 특성이 바로 안정·내실 경영이다.”

 - 사업가에게 가장 중요한 건 .

 “신뢰다. 사업 초기 조폐공사에 비밀리에 영국산 수표 용지를 5년간 납품했다. 지폐 제조와 관련된 거라 조폐공사측이 보안을 요청한 거였다. 나는 007작전을 하듯 거래하면서 비밀을 지켰다. 대출 은행조차도 몰랐다. 사료 무역을 하게 된 것도 우유 팩 용지를 납품하면서 서울 우유와 신뢰를 쌓은 덕분이다. 절제도 중요하다. 남성 중심 문화에서 절제할 줄 모르는 여성 기업인은 살아남기 어렵다.”

 - 청년 구직난이 심각하다. 청년을 위한 조언을 해달라.

 “누구나 잘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남이 하니까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잘 하는 걸 찾는 게 중요하다. 첫 선택을 잘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그럴려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나도 창업을 할 때 여성이라고 봉제업을 권한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시장조사를 해보니 사양산업이더라. 무역업을 하기로 마음먹고는 ‘한국에서 생산되는 것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끝까지 지켰다.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이 있다면 실패도 값진 경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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