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운드 타결 초읽기] 윤곽 드러난 선언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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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카타르)=홍병기 기자]윤곽을 드러낸 뉴라운드 각료 선언문은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새로운 교역질서를 규정할 규범을 만드는 목표를 정한 것으로 '교역 자유화'의 원칙을 바탕에 깔고 있다.

회원국간 의견 대립으로 선언문 초안을 두 차례나 수정한 난산 끝에 나온 최종안은 시애틀 회의의 실패를 거듭할 수 없다는 공감대 속에 거듭된 타협과 절충의 산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뉴라운드 출범을 가로막아온 일부 쟁점들을 모호한 문구로 봉합하는 수준에 그친 가운데 후속 협상으로 미룸에 따라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그 해석을 놓고 상당한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 농업=농산물 수출국과 수입국의 팽팽한 힘겨루기 때문에 초안 내용이 별다른 수정없이 그대로 들어갔다. 글자 하나만 고치더라도 균형이 깨져 이를 다시 맞추려면 대폭적인 추가 수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를 들어 농산물 수출.수입국들이 모두 불만을 나타내면서도 초안을 수용했다.

추가 시장개방 협상의 3대 핵심 분야로 시장개방 정도를 나타내는 뜻인 '시장접근'과 국내 보조.수출 보조가 꼽혔다. 최종 협상목표로는 시장접근에서의 '실질적(substantial)'개선, 국내 보조금의 실질적 감축, 수출보조금의 단계적 폐지(phasing out)가 제시됐다.

농산물 수출국의 강한 의견 제시로 '점진적(progressive)'이라는 단어 대신 각종 보호 제도의 철폐와 대폭적인 시장개방을 뜻하는 표현이 채택됨에 따라 앞으로 후속 협상에서 농산물 수출국의 입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수산물 보조금도 의제로 채택, 줄이는 쪽으로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농산물도 공산품처럼 국가간에 사고파는 상품이지만 동시에 식량 안보와 환경보전.농촌개발이라는 특수한 기능이 있다고 한국 등 농산물 수입국이 강조해온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NTC)은 협상의 '핵심 요소'가 아닌 '고려 사항'이라는 구속력이 약한 표현으로 선언문에 표시됐다.

◇ 반덤핑.환경=반덤핑 조치의 남용을 막기 위해 기존 세계무역기구(WTO) 반덤핑 협정 개정을 위한 협상을 개시한다는 원칙 아래 미국의 입장을 고려해 기존 규정을 전면 개정하기보다 문제점 위주로 개선하고 적법한 무역구제 조치의 경우 예외로 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유럽연합(EU)이 의제로 채택하자고 강력하게 주장해온 환경 분야는 차기 각료회의에서 협상 개시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무역과 투자, 무역과 경쟁정책을 연결하는 새로운 이슈도 개발도상국이 반대해 차기 회의로 논의가 미뤄졌다.

◇ 지적재산권=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 갈등을 불러일으킨 지적재산권 분야는 밀고 당기는 논란 끝에 합의를 이끌어냈다.

선진국들이 신약 특허를 갖고 있는 에이즈 치료제 등을 개도국들이 값싸게 만들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에 대해 '국민 보건을 위한 조치는 지적재산권 보호 규정에서 예외'라는 당초 문구가 '긴급한 상황에서는 국민 보건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다소 유연한 표현으로 바뀌었다.

klaat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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