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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파워는 ‘벨로스터’ 연비·디자인은 ‘미니’ 한 수 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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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5927대와 4979대.

 지난해 BMW 소형차 브랜드 미니(MINI)와 현대자동차 벨로스터의 국내 판매대수다. 미니는 지난해 극심한 내수 침체에도 2011년(4282대 판매)보다 38.4%나 판매 대수를 늘렸다. 폴크스바겐과 BMW, 메르세데스 벤츠 등에 이어 수입차 단일 브랜드로는 다섯째로 많이 팔렸다. 주요 소비자가 30대 이하 젊은 층에 국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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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벨로스터는 지난해 4979대를 파는 데 그쳤다. 2700여억원의 개발비와 40여 개월의 시간을 들여 2011년 3월 출시했지만 아직까지는 기대한 만큼의 판매량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벨로스터와 i30, i40 등을 묶어 ‘PYL(Premium Younique Lifestyle)’ 브랜드를 출범한 이후 반응이 좋아지고 있다는 게 현대차 측 설명이다. 현대차는 그룹 내 상품의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해 PYL 차종을 반드시 성공시킬 것이라고 투지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20일 “소비자들이 벨로스터나 i40의 독특한 디자인에 초기에 다소 의아해했다”며 “그러나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값에 고급 사양을 많이 넣으면서 PYL 차량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벨로스터가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가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는 소비자가 벨로스터 등 자사의 차를 많이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해 미니를 비롯한 수입차로 향하는 발길을 붙잡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가 서울 강남을 비롯해 목동과 경기도 분당, 부산시 등 전국 9개 지역에서 비교 시승센터를 운영하는 이유다. 이곳에서는 제네시스와 벤츠 E300, BMW528i 등 차급별로 현대차와 경쟁 수입차를 각각 비교 시승해 볼 수 있다.

 본지는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차종별로 각 4일씩 미니(쿠퍼SE·소비자 가격 3040만원)와 벨로스터(1.6Turbo GDI·2420만원)를 번갈아 타봤다.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두 차종의 인기가 꾸준히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두 차량 모두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독특하고 귀여운 디자인을 자랑했다. 벨로스터는 출시 이후에도 꾸준히 디자인을 다듬어 문은 3개이지만 차량 외부에서 볼 땐 2도어 쿠페의 느낌이 들었다. 우측 후방 뒷좌석의 손잡이를 창틀에 넣은 덕분이다. 아무런 정보 없이 처음 차를 접하면 손잡이가 어디 있는지 찾지 못할 정도다. 가격 대비 사양은 벨로스터가 우세하다. 2420만원이면서 내비게이션은 물론 파노라마 선루프, 전동식 파워시트 등을 갖췄다. 3040만원짜리 미니에는 없는 것들이다.

 벨로스터는 급제동 시 후방 차량과 충돌을 예방해주는 급제동 경보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차 크기도 벨로스터가 미니쿠퍼보다 전장과 전폭이 각각 527㎜와 122㎜가량 더 길고 넓다. 수치상 엔진 성능도 사실 벨로스터가 한 수 위다. 벨로스터 터보는 204마력에 27토크, 미니쿠퍼SE는 122마력에 16.3토크였다.

 하지만 디자인은 미니가 한 수 위였다. 속도계를 차 중앙에 배치하는 등의 튀는 디자인을 자랑한다. 동글동글한 헤드라이트와 곡선미를 강조한 센터페시아(차 중앙부의 조정 장치 모듬)는 귀엽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젊은 여성이 미니에 빠지는 이유를 새삼 알 수 있었다. 귀여운 외관과 달리 주행 성능은 역시 ‘BMW의 막내’다웠다. 122마력에 불과했지만 직진 주행에서는 도로 위 다른 차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가볍고 날쌘 차체 덕에 차선을 바꾸거나 다른 차를 추월하는 일도 수월했다. 제동 성능도 완벽에 가까웠다. 시승 동안 군데군데 얼음이 녹지 않은 도로도 많았지만, 브레이크가 크게 밀리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에너지공단 발표 결과 미니쿠퍼SE는 12.7㎞/L의 연비를 기록했지만 체감 연비가 오히려 발표 수치보다 높게 느껴졌다.

 벨로스터도 ‘달리고 서는 것’에서 미니 못지않았다. 액셀러레이터(가속기)를 밟을 때 응답성은 오히려 미니보다 더 빨랐다. 상체를 감싸는 듯한 느낌의 스포츠 버킷 시트를 채용해 고속으로 주행하다 코너링을 해도 안정감이 있었다. 안전한 코너링을 위해 차체자세제어장치(VDC)를 달았다. 연비는 미니보다 다소 떨어지는 11.8㎞/L(수동은 12.6㎞/L)였지만 가솔린 직분사 터보엔진을 달고 있어 치고 나가는 맛은 확실했다. 자동차 동호회에선 벨로스터의 디자인이 개선됐다는 평가가 많다.

 30대 이하 젊은 소비자를 겨냥하고 달리는 재미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두 차는 비슷하다. 하지만 차량 내 편의 사양 차이나 600만원이 넘는 가격 차이 등에선 분명 다르다. 도시형 미니카로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두 차의 경쟁은 여전히 주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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