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FA제도와 억울한 양준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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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에서 올 시즌FA(Free Agent)의 자격을 얻어 신청한 선수 중 최고로 주목을 받는 선수라면 외야수인 양준혁(LG 트윈스)임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전형적인 톱타자인 외야수 전준호(현대 유니콘즈)와 투수 김원형(SK 와이번즈) 그리고 올 시즌 좋은 성적을 올린 내야수 김민재(롯데 자이언츠)등도 높은 몸값을 받을 가능성이 많으나 양준혁에 비해서는 그 네임 밸류(Name value)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여태까지 아무로 이뤄내지 못했던 ‘93년 데뷔 이래 9년 연속 3할 타율이라는 대 기록을 세움은 물론이고 매 시즌 팀의 중심타자로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 주는 팀에 엄청난 플러스를 가져 다 주는 믿을만한 타자인 양준혁이기 때문이다.

현재 양준혁에 대해 관심이 있는 구단은 예전 소속 구단이었던 삼성 라이온즈를 비롯하여 한 두 구단이 아니다. 심지어 선수 영입에 소극적인 투자를 하기로 유명한 롯데 마저 영입의사를 밝힐 정도로 양준혁은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이다.

물론 팬들이 볼 때에는 양준혁 본인이야 당연히 고향팀이자 선수들에게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알려진 삼성 라이온즈로 갈 의향이 많을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양준혁 자신도 그러길 바라고 있을 지 모른다.

그러나 아직까지 삼성의 프런트 고위층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다고 알려져 있고 또한 몸값(연봉 2억 7천 만원)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만약 데리고 온다면 LG에 보상금으로만 8억 1천만원(올 시즌 연봉 x 3) 과 보상 선수로 1명을, 선수를 내주지 않으려면 12억 1천 500만원 (올 시즌 연봉 X 1.5 X 3) 를 줘야 한다.

여기에 현재 양준혁이 요구하고 있는 조건으로 알려져 있는 사이닝 보너스로 10억원과 4년 계약에 연봉을 최소한 3억원만 준다고 하더라도 22억원이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돈 많은 삼성이라고 할 지라도 쉽게 영입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삼성이 막대한 금액을 투자할 용의가 있다손 치더라도 양준혁의 영입이 한국 시리즈 우승이라는 공식이 성립된다는 보장이 없는 한 프런트 중 어느 누구도 그룹 고위층에 자신있게 책임을 지고 양준혁 영입을 건의하지 못할 것이다.

즉 삼성구단으로서는 자칫 잘못하면 34억 1천 500만원(12억 1천 500만원 + 22억원)을 투자하고도 우승 못할 경우가 있을 수 있기에 아무리 톱 클래스의 양준혁이라고 하더라도 영입이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전에 FA로 영입했던 이강철(기아 타이거즈)과 김기태(삼성)의 부진이 더더욱 본보기로 자리 잡아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양준혁으로서는 오히려 자신의 비싼 몸값이 족쇄로 작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송진우를 제외한 자신보다 먼저 FA의 혜택을 본 선수들의 부진에 억울해 하고 있다.

현 상황으로 봐서는 다른 팀 이적 보다는 보상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는 현 소속팀인LG에 남을 확률이 많을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선수들로서는 여간 손해가 아닐 수 없다. 현 소속 구단 보다 타 구단이 금전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즉 공정한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으로 양준혁 같은 피해 아닌 피해를 입은 선수가 매 시즌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한국 프로야구 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은 이 문제에 대해서 각 구단 대표들과 심도 깊게 이야기를 나누고 FA 선수 보상규정 완화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 신종학 : 프로야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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