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47년간 세계인 인생상담 칼럼 … ‘디어 애비’ 필자 필립스 별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반세기에 걸쳐 인생 상담 칼럼 ‘디어 애비(Dear Abby)’를 쓰며 세계인의 고민을 들어준 미국 칼럼니스트 폴린 프리드먼 필립스(얼굴)가 16일(현지시간) 별세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95세. 10여 년간 이어온 알츠하이머병과의 싸움도 끝났다.

 필명인 애비게일 밴 뷰런(애칭 ‘애비’)으로 더 유명한 필립스는 1956년 ‘샌프랜시스코 크로니클’에서 시작해 2002년까지 47년간 신문에 디어 애비를 써왔다. 미국을 비롯해 한국·브라질·태국에 이르기까지 1000여 신문에서 그의 칼럼을 볼 수 있었다. 63~75년엔 라디오 버전 디어 애비를 방송했고, 그 자신의 인생과 조언을 담은 많은 베스트셀러를 남겼다.

 세월이 흐르며 그의 조언 내용도 많이 바뀌었다. 처음엔 이혼에 반대 입장이었다가 “배우자가 끊임없이 바람을 피운다든지 부모가 싸우는 모습을 아이에게 계속 보여준다면 헤어지는 것이 최선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동성애자에게 동정적이어서 보수주의자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고, ‘비아그라’에 대해서도 남성의 입장에서 호의적 평가를 내렸다.

  그는 박해를 피해 러시아에서 이민 온 유대인 부모 밑에서 쌍둥이로 태어났다. 쌍둥이 언니 에스더 프리드먼 레더러(필명 ‘앤 랜더스’)와는 학창 시절부터 교내 신문에 함께 칼럼을 기고했고 결혼식도 합동으로 치를 만큼 단짝이었다. 하지만 둘 다 비슷한 시기 직업 칼럼니스트로 데뷔하면서 경쟁자가 됐고, 이후 연락을 끊을 정도로 사이가 멀어졌다. 둘은 2001년 또 다른 언니의 생일에 다시 만나 화해했고 레더러는 이듬해 세상을 떴다. 자매의 재능은 딸들에게도 이어졌다. 필립스의 딸은 디어 애비 칼럼을 이어받았고 레더러의 딸도 인생 상담 칼럼을 쓰고 있다.

이충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