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4대 강 사업 부실 의혹, 진상 규명이 먼저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감사원이 이명박 정부의 역점사업인 ‘4대 강 살리기’ 사업이 안전성과 수질관리까지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감사 결과가 그동안의 정부 설명과 다른 데다, 발표 시기도 정권교체기여서 국민들을 당혹하게 한다.

 감사원은 4대 강 사업의 핵심인 보(洑)의 설계기준이 잘못 적용돼 세굴(洗掘)현상이 여러 곳에서 발견되는 등 내구성이 부족하고, 일부 보에서는 허용치를 넘어선 균열이 발견돼 안전성이 의문시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또 수질 면에서도 화학적 산소요구량(COD)과 조류 농도 등 지표를 종합적으로 관리하지 않고 일반하천에 적용하는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만을 관리해 수질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와 환경부는 18일 4대 강 살리기 사업이 총체적인 부실이 아니라며 감사원의 지적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국토부는 “보의 안전과 기능에는 문제가 없다”며 “감사원의 지적사항은 이미 보완했거나 보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도 당초 4대 강 수질개선 목표가 BOD 기준으로 설정됐다면서 “조류대책 등 종합적인 수질개선 사업은 장기적인 평가를 거친 뒤 대응할 방침”이라고 했다.

 감사원은 ‘총체적인 부실’이라고 하고, 정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니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만일 감사원의 지적대로 4대 강 사업이 부실투성이라면 당장 보완과 함께 관련자들의 문책이 필요한 일이고, 정부의 해명대로 별문제가 없다면 부실한 감사를 벌인 감사원을 질책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그동안 4대 강 사업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동시 추진보다는 단계적 추진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 왔다. 따라서 감사원의 지적처럼 무리한 속도전으로 인해 4대 강 사업이 부실해진 게 사실이라면 즉각 철저한 점검과 보완에 나서고, 그동안 국민에게 거짓 해명을 해온 정부 관계자들을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정부의 해명대로 사업 자체에 중대한 하자가 없는데도 감사원이 정권교체기를 틈타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면 그에 대한 책임 또한 엄중히 물어야 할 것이다.

 특히 감사원이 2년 전 1차 감사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가 이제 와서 뒤늦게 ‘총체적 부실’을 문제삼은 것은 감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전문성 면에서 해당 주무부처보다 낫다고 할 수 없는 감사원이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사안에 대해 얼마나 객관적인 감사를 했는지도 의문이다.

 현 단계에서 4대 강 사업을 무효화할 방법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다만 사업의 부실 의혹이 정부 기구로부터 제기된 만큼 그 진상을 확실히 밝혀내는 일이 급선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점검을 통해 하자가 나오면 바로잡겠다”고 한 만큼 새 정부가 철저한 재점검을 통해 부실 여부에 대한 진상 확인과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