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선 재검표 생떼, 민주당이 해결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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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회에서 엊그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대통령 선거 부정을 주장하며 사실상 재검표를 청원하는 이들을 설득한다는 명분으로, 민주통합당 진선미 의원이 주최하고 중앙선관위가 시행한 ‘18대 대선 개표 진행 과정 시연회’가 폭력·폭언으로 물든 것이다. 청원자들은 시작부터 “거짓말이다” “다 쇼다”라고 생떼를 썼다.

 이번 대선 개표 과정에서 교사·공무원·은행원 등 3만9000여 명이 투표지를 셌다. 각 후보 측 참관인 4556명과 언론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가운데에서였다. 조금이라도 문제 소지가 있었다면 현장에서부터 논란이 됐을 터다. 하지만 없었다. 문재인 전 민주당 후보가 당일 승복 선언을 한 것도 그 때문이리라.

 그런데도 난데없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선거 부정 주장이 제기되더니 23만여 명이 재검표를 청원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백악관의 청원 코너에 ‘한국의 18대 대선은 조작’이란 글까지 오를 지경이 됐다. 딱히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길 선거에서 졌다”→“뭔가 부정이 있었기 때문이다”라는 식의 이상 불복 심리가 깔려 있을 뿐이다.

 안타까운 건 민주당이다. 잘못된 주장이라고 여기면서도 이들의 막가파식 불복 움직임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인 게 민주당이기 때문이다. 시연회를 요구한 진 의원뿐 아니라 박지원·이석현·정청래 의원도 두둔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박 의원은 “청원한 사람이 23만 명이 넘는데 주장의 타당성을 떠나 그냥 방치하면 그 사람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릴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전 후보도 “제가 어떤 말과 행동으로 그분들의 답답하고 간절한 심정을 풀어드릴 수 있을지 참으로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민주당이 진정 솔직했다면 “근거 없는 잘못된 주장”이라고 이들을 타일러야 했다. 2002년 한나라당이 당선무효 소송을 내 재검표를 했다가 결국 망신만 당했던 일을 들려줘야 했다. 민주당도 그런 잘못을 되풀이해야겠느냐고 말이다. 어제가 마침 당선무효 소송을 낼 시한이었으니 얘기하기도 좋았다. 민주당은 그러나 이도 저도 안 했다. 그저 소동의 뒤에 숨어 있을 뿐이다. 민주당은 비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