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민 기자의 남자의 그 물건] 로봇 청소기의 미래는 로봇 가사 도우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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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강승민 기자

2011년 개봉한 영화 ‘써니’에서 여고생 2명은 ‘다가올 미래’에 대해 이런 대화를 나눈다.

 “전화기를 들고 다니면서 통화하는 거지…, 길거리에서.”(춘화)

 “무겁지 않을까?”(나미)

 “작은 게 나오겠지. 컴퓨터도 막 들고 다닐 거야. 거기서 편지도 쓰고, 라디오도 보고…, 미랜데. 전화 아니면 컴퓨터 둘 중 하난데 말이야. 아, 그걸로 사업하면 대박인데 말이지.”(춘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들의 대화는 2011년 관객 744만의 마음을 샀다. ‘그땐 그랬지’라는 공감이 큰 힘이 됐다. 춘화의 대사처럼 수십 년 전 그 시절 꿈꿨던 일들이 지금은 현실이 돼 있다. 컴퓨터 역할을 하는 휴대전화 ‘스마트폰’, 라디오 방송 현장을 실시간 중계하는 ‘보이는 라디오’ 같은 것이다. 앞선 시절을 되짚는 영화의 한 장면이 오늘엔 현실이 되어 있듯 가상의 미래를 그려낸 영화 장면도 언젠간 현실이 될 것이다. 영화 ‘아이로봇’(2004)은 2035년이란, 그리 머지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했다. 영화 속 인간은 지능을 갖춘 로봇에게 생활의 모든 편의를 제공받으며 편리하게 살아간다. 로봇은 사람을 대신해 요리하고 아이들을 돌본다. 집사이자 가사 도우미 역할을 척척 해낸다. 인간을 위한 존재, 더 나아가 가정생활의 신뢰받는 동반자로 여겨진다. 영화대로라면, 앞으로 22년 후의 일이다.

 영화에서만큼은 아니지만, 이미 로봇은 사회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최근 중앙SUNDAY는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120만 대가 넘는 산업용 로봇이 공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으며 다양한 종류의 서비스 로봇이 가정·학교·병원에서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2030년까지 사람에 버금가는 능력을 갖춘 로봇이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는 생산 자동화가 완성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미국의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위원회(NIC)가 펴낸 ‘2030년 세계적 추세(Global Trends 2030)’를 인용해서다.

 ‘로봇 청소기’는 이런 맥락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볼 만한 상품이다. 요즘 혼수 품목에도 올라 있는 로봇 청소기는 말 그대로 알아서 청소하는 기계다. 진공청소기가 비질을 대신하고, 세탁기가 빨래를, 식기 세척기가 설거지를 하는 것과는 다르다. 청소기가 집 안 구석구석을 탐지해 먼지를 찾아 치운다. 문턱도 넘고 침대 밑도 헤매며 다닌다. 배터리가 부족하다 싶으면 충전도 때맞춰 한다. 일부 로봇 청소기는 먼지통도 알아서 비운다. 아직은 미래 영화 속 모습보다는 초보적인 단계다. 바닥을 훑고 다닐 로봇을 위해, 청소 전에 바닥의 장애물을 대충 치워줘야만 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하지만 누가 알겠는가. 로봇 청소기가 집안일에 지쳐 있을 모든 사람들을 위한 완벽한 손발이 될 수도 있다는 걸. 휴대전화, 스마트폰 기술이 이렇게 발전해 모든 이의 생활필수품이 될 것이라 상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세상일은 모를 일이다.  

오늘 밤 11시, JTBC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그 물건’에선 ‘로봇 청소기’가 실험대에 오른다. ‘남자의 그 물건’은 ‘상품 비교 버라이어티’ ‘똘똘한 소비 가이드’를 지향하는 프로그램이다. 김구라·이상민·이훈·톡식 네 MC가 직접 국내 시장점유율 1~4위 로봇 청소기를 각각 체험한 뒤 각자의 상품을 비교 품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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