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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풍류⑪|경주법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술먹는 친구가 경주에 갔다오면 『법주 먹어봤느냐』는 인사가 나올 정도로 경주법주는 경주의 명물이다. 어느 누구든 술자시는 사람이면 대개 그이름쯤은 알고 있을만큼 우리나라에서는 유명하다.
이 법주를 일반적으로 생각하기로는 경주에 불국사등 절이 유명하니 불교신도들의 술인양 아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그런게 아니고 옛날 교부최씨의 가산약주가 그 기원이다.
법주는 그 내력과 담그는 법이 확실치 않지만 술밥과 누룩과 국학와 솔잎을 빚어넣고 백일동안 담가두었다 걸러 먹어야 참맛이라 해서 백일주라고도 일컬어왔다.
지금으로부터 2백년전이조중엽 중종때 궁중과 조정의 권문세도가들에게 큰 인기가 있었다는 것은 구전되고 있다. 때문에 이술의 제조방법이 백성들에겐 극비였던 것인데 이조말엽에 와서야 법주의 제조비법이 시정으로 흘러나와 일반사람들에게 처음으로 법주맛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한·일합방」후에는 「조선주세령」이 공포됨으로써 법주제조가 금지되었고 다만 당시의 양반집안으로 9대째 진사를 지낸 경주의 갑부 최준(87)씨 가문에만 가주로서 특별히 양조를 허가함으로써 또다시 「특권주」의 지위에 올랐었다.
모든 것에 전통을 자랑하는 이곳 신라의 고도경주 주민들은 차츰 법주의 진미가 없어져 가는데 아쉬움을 금치 못하고 있으며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 중에도 법주의 전통이 무너져가는 것을 안타까와하고 있다.【경주=최기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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