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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서비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어제 「법의 날」로 시작한 5월엔 기념하는 날이 많다. 5일은 「어린이 날」, 8일은 「어머니 날」, 세종대왕의 탄일을 겸한 15일은 「학생·스승의 날」, 19일은 「발명의 날」이다. 그러나 법이나 발명도 좋지만 「서비스의 날」이라는 것도 있을 법한 일이 아닌가. 「슈먼」의 노래에도 있는 「놀랍게 아름다운 5월」의 하루를 정해서 「미스·서비스」를 뽑고 세종로를 누벼 화려한 「퍼레이드」의 향연을 베풀 만하다. 날이 갈수록 시민에 대한 「서비스」의 PR만이 요란해지고 「서비스」 자체는 엉망이 되어가는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어제 초하루부터 모든 차삯이 올랐다. 그와 함께 8·15까지엔 근 5백대의 각종 차량을 증차하겠다는 약속이 있었고, 「버스」·합승·급행「버스」의 노선이 크게 재조정되었다. 그러나 아직 단 하루 밖에 운영해보지 못해서 무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구간이나 정류장의 설정이 과연 시민의 편의를 위주로 해서 정해졌느냐 하는 것은 반드시 분명치 않다. 새로 개폐된 정류장의 표시가 분명치 않은 데가 있고, 미리 정해져서 각 신문이 호외까지 내서 알려준 정류장에서 서야 할 차가 서지 않는 곳도 있다.
첫술에 배부를 리가 없고, 인내와 관용으로 그런대로 한 세상 지나겠거니 하고 고쳐 생각하면 될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대로 한 세상 지날 수 없는 것이 행정기관이나 「서비스」업체가 베푸는 각종 「서비스」요, 끊임없이 개선되고, 개선의 효과가 시민들의 눈에 뚜렷하게 띄어야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서야 할 차가 서지 않고, 차가 어디서 서고 어디서 떠나는 지가 분명치 않고, 좌석제라는 차에 앉을 자리가 없어 서서 가야한다면 「서비스」가 아니라 「미스·서비스」, 즉 고객에게 편의가 아니라 불편과 고역을 강요하는 「서비스」가 되고 만다.
뒤꽁무니로 연막을 뿌리고 달아나는 007 「버스」, 추악의 본보기와 같은 차장들이 베푸는 「미스·서비스」를 일소하기 위해서 5월 한 달을 「서비스의 달」로, 어느 하루를 택해서 「미스·서비스」를 뽑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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