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중국 경제 대장정] 2. LG전자 난징 공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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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에 세탁기 공장을 세운 LG전자는 첫 도전에서 쓴 맛을 봤다. 한국에서 한물 간 모델을 가져 갔다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당한 것이다.

절치부심 끝에 99년 LG전자는 당시 한국에서 한창 인기있던 통돌이식 세탁기를 들여 왔다. 이 세탁기는 세탁통을 돌리는 클러치와 순간적으로 물을 빼내는 배수 펌프가 생명인데 중국에선 이 부품을 만들 기술이 없었던 것.

몇달 후면 신제품이 나올 시점에 한국의 협력업체로부터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중국의 한 업체가 통돌이 세탁기용 클러치와 배수 펌프를 대량으로 주문했다는 것이었다.

과연 얼마 안있어 이 회사는 통돌이 세탁기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기 시작했다. 피를 말리는 생산 경쟁이 시작됐다. 하루라도 먼저 신제품을 내놓아야 했다.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 했던가. 광고에선 선수를 쳤던 중국업체가 정작 신제품은 LG전자보다 두달이나 늦게 내놓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업체가 일으켜 놓은 '통돌이 바람'의 덕은 LG전자가 봤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세탁기가 불티나게 팔리자 애프터서비스 부담이 늘었다. 방법은 고장을 원천적으로 없애는 것밖에 없었다.

난징 하이푸샹(海福巷)에 있는 LG전자 세탁기 공장에 생산 인력보다 검사 요원이 더 많은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난징 세탁기 공장 손준 사장은 "중국에서 살아 남자면 디자인.생산.판매.애프터서비스 등 모든 과정을 현지에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며 "중국을 조립공장으로만 생각하던 단계는 지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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