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팔의학회」의 한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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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과학적」이라는 탈을 쓰고 숫자가 무질서하게 나열되고 백분율이 남용되는 것을 우리는 흔히 본다. 『갑 박사는 한국최고로 무슨 수술을 몇 명 환자에게 해서 50%를 완치시켰다』식의 기사가 심심치않게 보도된다. 수술을 하면 몸의 일부를 떼어내는 것인데 어찌「완치」가 될 수 있단 말인지? 「50%」란 것도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한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통계의 횡포로 따지면 우리들은 두 개의 다리를 갖고 있지 않고 1.999…개의 다리를 갖고 있다. 다리가 하나뿐인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과학을 농락하고 우리를 가볍게 흥분시키고 불안하게 해주는 수자가 있는가하면 우리에게 유용하고 필요한 통계도 많이 있다. 또 때로는 정말로 우리를 경악케 하는 수자도 있다.
이름 봄에 있었던「삼팔선 의학회」에서의 많은 사람들의 큰 관심사는 군인들의 성병과 양공주 문제이었다. 당연한 일이다. 거기서 들은 얘기로-과학적 연구보고의 통계가 아니고 여러 군의관들의 사담을 통해서-는 한국의 양공주들이 1년에 평균 7백 명이 죽으며 그 대부분이 자살이라는 것이다. 몸서리 쳐지는 수자이다.
왜 이다지도 큰 관심사이고 심각한 문제를 그들은 사담을 통해서만 얘기할까? 양공주촌을 한국당국이나 민간학자나 미군당국이 모두다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측은 이를 치부로 여기고 있으며 양공주촌 이름을 알고있는 이는 미군과 거기 주민들뿐이다.
우리가 이름조차 듣지 못한 부락에서 해마다 7백 명이 죽어가고 또 그녀들의 대개가 스스로의 목숨을 스스로가 끊는다는데 이런 일이 사실이라면 더 이상 외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더욱이 많은 미군들이 한국을 알기를 그녀들을 통해서 알고 그 이름 모를 부락을 한국의 전부라고 아는 이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이건 이만저만한 문제가 아니다.<서울의대병원 정신과·의박>【한동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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