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인 출입 통제된 울산시청 식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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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해 11월 30일 울산시청 앞에서 식당 주인들이 ‘일반인 구내식당 출입금지’를 요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이들은 이 같은 집회를 총 4차례 벌였다.

주부 김모(52·울산시 남구 신정동)씨는 4일 친구 5명과 함께 계모임을 울산시청 구내식당 ‘태화강홀’에서 했다. 1인당 밥값 3000원씩 내고 밥과 국, 4가지 반찬이 나온 점심을 먹었다. 김씨는 “영양사들이 칼로리와 영양을 고려해 마련한 식단인 데다 가격이 싸 계모임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르면 14일부터 김씨처럼 공무원이 아닌 일반인은 구내식당을 이용하지 못한다. 울산시가 외부인 이용을 금지하기로 한 때문이다.

 2008년 8월 문을 연 태화강홀(면적 1089㎡)은 점심시간엔 공무원과 시민 등이 몰리면서 좌석 376개가 모자라 100m쯤 줄을 서기 일쑤다. 점심시간 이용자는 하루 평균 1000명으로,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인근 주민 등 외부인이다. 울산시는 외부인에겐 한 끼당 공무원(2500원)보다 비싼 3000원을 받는다. 하지만 이는 비슷한 메뉴일 때 주변식당의 절반 수준이다.

 태화강홀에 인근 주민 등이 몰리자 시청 주변 식당주인 30여 명은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4차례 ‘외부인 구내식당 출입금지’를 요구하며 항의 집회를 열었다. W 한식당의 주인은 “태화강홀 때문에 직원 월급도 못 줄 형편이다. 경기가 나빠진 지난해부터 인근 주민의 구내식당 이용이 늘면서 매출도 크게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시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던 식권 자동발매기를 없애고 당번 공무원을 정해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기로 했다. 식권 판매 때는 공무원 신분증을 제시하도록 할 계획이다.

 시는 저소득층이나 노인 등의 반발을 예상해 “자치단체의 집단급식소는 일반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을 받았다.

 이에 따라 외부인 이용에 따른 적자분 월 1500여만원 안팎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1인분 식사단가는 4200원이었다. 한 끼당 공무원은 1700원, 외부인은 1200원씩 손해가 나는 것이다. 외부인 500명이 이용할 경우 하루 60만원 적자가 나는 셈이다.

 지난해의 경우 태화강홀의 수입은 6억원이었지만 지출은 8억4000만원으로 2억4000만원 적자가 났다. 이 적자는 모두 시 예산으로 충당됐다. 김성규(56) 울산시 총무과 담당은 “외부인 출입금지로 절약한 식비 예산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쓰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여론도 있다. 주부 정용자(45·울산시 우정동)씨는 “공무원이 2500원으로 싸게 먹는 것도 세금 덕분 아니냐”며 “시청 인근 저소득층·노인 등에게는 개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자치단체도 외부인 출입을 막는 편이다. 경남도는 지난해 1월부터 도청 방문부서에서 민원인 확인을 받아 이용하도록 하는 등 외부인 출입을 사실상 막고 있다. 부산시는 제한적으로 외부인 이용을 허용하고 있다. 좌석이 760개로 여유가 있는 데다 하루 이용자 1300여 명 가운데 외부인 300여 명이 인근 노인·민원인 등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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