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트라우마 … 유가족들 전쟁 같은 충격 시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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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최진실씨에 이어 전 남편인 조성민(40)씨마저 자살하면서 남겨진 두 자녀에 대한 안타까움과 걱정이 커지고 있다. 특히 2008년 엄마 최진실씨, 2010년 외삼촌 최진영씨에 이어 친부 조씨의 극단적인 선택을 잇따라 경험한 조씨의 자녀들은 심각한 ‘심리적 외상(트라우마)’에 빠져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자살 후유증 치료 전문가인 미국 인디애나대학의 존 매킨토시 교수에 따르면 자살한 사람의 유가족은 강간이나 전쟁, 범죄 등을 경험한 사람들과 비슷한 깊은 정신적 외상을 겪는다.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강도형 교수는 “남겨진 자녀들은 남들은 한 번 겪기도 어려울 트라우마를 2~3년꼴로 세 번째 겪는 셈”이라며 “어린 나이에 충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현재 아이들이 의지하고 있는 할머니(최씨의 어머니 정모씨)도 똑같은 사건의 피해자”라며 “따라서 아이들에겐 편안하게 심리적 고통을 얘기할 수 있는 또 다른 대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살 유가족 지원센터를 운영해온 하상훈 생명의 전화 원장은 “가족 중 한 사람의 자살은 평균적으로 6명의 심리적 피해자를 남긴다”며 “(주변에서 먼저) 자살한 사람의 유가족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스티그마(오명)를 걷어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변의 따뜻한 관심이 요구된다는 취지다. 하 원장은 또 “조씨 자녀들이 ‘공인의 자살’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는 만큼, 사생활의 안전이 보장된 상태에서 전문가의 치료를 받고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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