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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국=치리’ 믿은 마오쩌둥, 전문성·재·덕으로 간부 선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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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호 29면

"인재(人才)는 국가의 보물이다. 인재가 흥(興)해야 국격이 상승하고, 기업도 화색이 돈다. 지난해 9월 19일, 중공 중앙조직부는 11개 부서와 연합으로 국가고급인력특수지원(國家高層次人才特殊支持) 10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10년간 자연과학, 공정기술, 철학, 사회과학 분야의 걸출한 인재와 군을 이끌 인재 1만 명을 발굴하고 지원한다.”
중국은 일찍부터 인재 발굴·양성을 통치자의 기본의무로 여겼다. 성공한 왕조는 중국문화의 저변을 확대시켰고 실패한 왕조의 통치자들은 야만인 취급을 받았다. 중공도 예외가 아니었다.
중공 초기 당원들은 거의가 지식인이었다. 도시를 포기하고 농촌을 전전하면서 빈농 출신이 늘어났다. 간부 선발기준도 단순해졌다. 전쟁에서 용감한 농민들이 빨리 승진했다. 평판까지 좋으면 금상첨화였다. 중견 간부들 거의가 문맹일 수밖에 없었다.
당 지도부는 당원들의 문화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를 썼다. 야학과 훈련반을 개설하고 장시(江西)성 루이진(瑞金)에 ‘마르크스 공산주의학교(중앙당교의 전신)’까지 설립했다.

사진과 함께하는 김명호의 중국 근현대 <303>

마오쩌둥은 최고지도자 감으로 손색이 없었다. “간부교육이 전쟁보다 중요하다”며 간부들에게 독서를 장려하고 몸소 시범을 보였다. 틈만 나면 사방이 노출된 바위에 앉아 책을 읽고 문건을 정리했다. 주변에서 위험하다고 말려도 듣지 않았다. “밥 먹다 죽는 사람은 봤어도 책 읽다 죽는 사람은 못 봤다.”
1937년, 국·공합작으로 항일전쟁이 시작되자 중공 근거지 옌안(延安)은 거대한 교육장으로 변했다. 마오쩌둥은 ‘간부교육 제일주의’를 내걸고 간부교육부를 신설했다. 매년 5월 5일, 마르크스 생일을 ‘간부학습일’로 정하고 모범생에겐 상도 줬다. 팔로군 총사령관 주더(朱德·주덕)는 개근상을 받았고 조직부장 천윈(陳雲·진운)은 틈새교육(擠時間學習)을 개발한 공으로 표창장과 찐빵 9개를 받았다. 순식간에 간부배양학교 32개가 문을 열었다.

정권을 잡자 잔칫상 받은 거지처럼 행동한 간부가 나타났다. 1951년 11월 30일, 마오쩌둥은 국고를 도둑질한 고급간부 2명의 총살형을 인준했다. “혁명에 기여한 공로를 참작해야 한다. 사형은 가혹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자 직접 설득에 나섰다. “두 사람은 지위가 높다. 그간 많은 공을 세웠고 영향력도 크다. 이들을 처형하지 않으면, 수많은 간부들이 잘못에 빠지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치국(治國)은 별 게 아니다. 치리(治吏), 관리를 제대로 선발하고 다스리는 것이 치국”이라는 자치통감(資治通鑑)의 한 구절을 읽고 또 읽으라고 권했다. 이어서 “간부들이 예의와 염치를 모르면 나라가 아니다. 비적 집단과 다를 바 없다. 간부선발에 엄격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60년 전 일이지만, 당시를 떠올리는 중국인들이 많다. “두 사람의 목숨이, 적어도 20년간 간부들의 부패를 근절시켰다.”
집권 초기 마오쩌둥은 “누구의 지도를 받고 싶은지” 개인이 당 조직에 추천하라고 권한 적이 있었다. 다수의 추천을 받은 사람들이 요직에 기용됐다. 하나같이 신망이 두터운 사람들이었다. 마오는 괜히 쓸데없는 짓 했다고 후회했다. 신망과 능력은 별개였다. 취할 바가 못 됐다. 신망을 한 몸에 받는 현(縣)서기의 재임기간 동안 산천이 의구하기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중공은 간부 선발기준을 정했다. “정치와 행정은 대립과 통일이 병존한다. 정치 타령이나 해대며 업무능력이 없는 간부는 쓸모가 없다. 동지들은 공업, 농업, 상업, 문화, 교육에 관한 전문지식과 응용 방법을 익히도록 해라. 10년이면 된다. 재(才)와 덕(德)을 겸비하지 않은 간부는 역사적 임무를 완수할 수 없다.” 전쟁밖에 모르던 기존 간부들은 공황상태에 빠졌다. 혁명시대에 하던 방법들은 더 이상 통할 구석이 없었다.
1956년 중공 제8차 대회에서 천윈과 덩샤오핑(鄧小平·등소평)이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선출됐다. 마오쩌둥이 발탁이유를 설명했다. “천윈은 노동자 출신이다. 매사에 비교적 공정하고 유능하다. 믿음직스럽고 나름대로 안목이 있다. 겉으로는 온화해 보이지만 요점을 꿰뚫어 볼 줄 안다. 덩샤오핑은 정의롭고 후덕하다. 그 정도면 재간도 있고 능수능란하다. 남들에 비해 대국(大局)을 보는 눈이 있고 문제가 발생하면 비교적 공정하게 처리하는 편이다.”
마오의 두 사람에 대한 평가는 간부선발 조건의 경전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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