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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신문이 인터넷신문보다 좋은 이유 골고루 먹어 더 건강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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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1933년 창간돼 79년 역사를 가진 뉴스위크지가 오늘 날짜로 마지막 인쇄판을 냈다. 내년부터 온라인으로만 기사를 내보낸다고 한다.

 다 아문 줄 알았던 가슴속 상처가 도졌는지 갑자기 속이 쓰리기 시작한다.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를 완간할 때도 5년 전 이맘때였다. 마음 때문인가 날씨 때문인가. 매번 적자에 허덕이다가 종이에서 인터넷 잡지로 전환했던 추웠던 그 겨울도 ‘몇 년 만의 한파’라 했다. ‘인쇄를 통한 여성주의 잡지로서의 기능을 어느 정도는 다 했다고 보기에 폐간이 아닌 완간이다’ 주장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씩씩하게 기자 인터뷰까지 해놓고선 잡지 만들던 식구들 모두 코가 ‘삐뚤어지게’ 술을 퍼댔던 그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좋은 잡지상’도 받았다. 기내에 실리는 유일한 여성잡지이기도 했다. 좋은 일 한다며 칭찬도 많이 받았다. 다들 말로만 했다. ‘맛있다’고 말은 하지만 젓가락은 가지 않는 그런 까칠한 음식과도 같은 잡지였던 게다. 이해한다.

 뉴욕 맨해튼 옛 뉴스위크 사무실 건물의 흑백사진을 배경으로, 한가운데 빨간 글씨로 박아놓은 ‘# LAST PRINT ISSUE’. 제목 자체가 아예 ‘마지막 인쇄판’이다. 종이 인쇄의 중단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 같긴 한데 중단이 아니라 몰락이란 느낌이다. 검은색과 붉은색이 만들어내던 섹시함이 여기선 깡마른 몸에 흐르는 피 같다.

 온라인 매체.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볼 수 있고, 지난 기사도 찾기 쉽고, 연관된 다른 정보도 얻을 수 있다. 관심 없는 분야는 아예 볼 필요도 없고, 실시간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따끈따끈하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것이 대부분 무료라는 거다. 그래서 쓰레기만 만드는 종이신문을 끊고 아침마다 종이 펼치던 그 손으로 인터넷을 열어 손가락으로 기사를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한 달도 안 돼 인터넷 신문의 문제점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

 일단 편식이 심해진다. 볼거리가 산처럼 많은데 구태여 관심도 없고 재미도 없는 기사를 읽을 필요가 없다. 또 재빠르게 올리는 기사인 만큼 내용에 깊이도 없다. 빠르게 바뀌는 화면 탓에 정보에 대한 책임을 묻기도 힘들어 제공된 정보의 신뢰성도 애매하다. 빠르게 움직여대는 독자들의 손가락에 어필하기 위해 점점 더 흥미 위주의 기삿거리만 많아진다.

 그런 이유로 난 다시 종이 신문을 찾았다. 한술 더 떠 보수 성향의 신문과 진보 성향의 신문을 함께 본다. 종이를 만지고 들출 때마다 아날로그의 따뜻함과 부드러움이 참 좋다. 무엇보다 종이 신문이 살아남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 넘길 때마다 제목과 기사가 함께 들어오니 골고루 기사를 읽게 되어 편식하지 않는다는 점 아닐까. 음식이나 정보나 골고루 먹어야 건강하다.

글=엄을순 객원칼럼니스트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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