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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맛… 눈밭 위 호호 입도 즐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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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레포츠의 일미(一味)는 스키장에 있다. 찬 바람을 가르며 슬로프를 질주하고, 보드 날을 세워 눈보라를 일으켜 보기도 한다. 가끔 눈 위를 뒹굴더라도 어린아이처럼 마냥 즐겁기만 하다. 한동안 신나게 놀다보면 영락없이 배꼽시계가 울린다.

입 안을 매료시킬 '진짜'일미를 찾아 뱃속을 채워 달라는 주문인 게다. 이 때 뱃속이 원하는 대로 맛있는 음식과 만나게 되면 눈밭의 즐거움은 두곱 세곱으로 뛴다. 성우 리조트.휘닉스파크.용평 리조트.알프스 리조트 등 강원도 산속에 위치한 4대 스키장 주변의 음식점을 샅샅이 뒤졌다.

맛있는 음식점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우선, 눈덮인 산골이라 식재료 수급이 원활치 못하다는 문제가 있다. 더불어 '겨울 한철 장사'란 핸디캡도 존재한다. 그래도 강원도 지방의 소박한 맛을 담고 있는 음식점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지갑을 열어도 아깝지 않을 만한 음식점 몇 군데를 소개한다.

# 성우리조트 주변

▶둔내 막국수(033-342-1644)=배는 고픈데 주머니가 가벼운 스키어들에게 안성맞춤인 곳이다. 막국수.만두국이 전문인데, 음식이 식탁에 오른 순간 '배 터져 죽을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설 정도로 푸짐하다. 막국수든 만두국이든 손수 만들어 순박한 맛이다. 슬로프의 찬 바람에 몸이 얼었다면 따뜻한 만두국을, 추위를 추위로 이긴다는 이한치한(以寒治寒)주의자라면 막국수를 권하고 싶다. 막국수.만두국은 각각 3천5백원, 비빔막국수는 5백원을 더 받는다. 1만원짜리 수육 한 접시를 시키면 소주 두어병은 거뜬하다.

▶통나무집(033-344-3232)=성우리조트 가는 길목에 있다. 육질 좋기로 소문난 횡성 한우 생고기 전문점이다. 따라서 가격은 만만치 않다. 안창살.살칫살은 1백50g 일인분에 2만5천원. 값이 부담스러우면 2백50g 일인분에 2만5천원인 갈빗살을 사람수에 맞춰 주문해도 좋다. 횡성한우 맛보기론 충분하다. 고기가 들어온 날에는 날로 먹는 육회(1백g에 1만1천원)를 낸다. 실속을 챙길 메뉴도 있다.갈빗살을 손질하고 난 갈비로 끓여낸 갈비곰탕(5천원)은 얼지 않은 갈비뼈의 진한 국물 맛을 느낄 수 있다.

# 휘닉스파크 주변

▶봉평막국수(033-335-9622)=봉평면은 이효석의 소설'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된 고장이다. 여기서 메밀 막국수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 이곳의 크고 작은 막국수집 10여곳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이다. 이외에 '현대막국수'와 '진미막국수'도 현지 사람들이 꼽아주는 집이다. 막국수 국물은 맹물에 배.양파.마늘 즙을 넣어 간을 하는데 식당마다 맛이 비슷하다. 물막국수는 3천5백원이지만 비빔막국수는 4천5백원을 받는다.

▶산촌순두부(033-333-5661)=크림 수프를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맛의 순두부를 아침과 점심에 끓여낸다. 겨울철엔 스키어, 봄.여름.가을엔 골퍼들이 가벼운 아침 식사로 많이 찾는다. 양념장이 따라 나오지만 순두부의 구수한 맛을 제대로 보려면 넣지 않고 먹는 편이 낫다. 손수 만든 두부는 단골손님들에게 두부조림을 맛들어 맛만 보여준다. 눈치껏 챙겨야 얻어 먹을 수 있다. 순두부 정식은 6천원.

▶일송정(033-333-7043)=휘닉스파크 초입에 있는 한옥스타일의 음식점. 영동고속도로 속사 나들목을 빠져나와 이승복기념관 쪽으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송어횟집 '운두령'을 닮은 집이다. 취급 메뉴는 송어회와 등심구이. 송어회는 운두령처럼 돌판을 차게 해서 회를 올려 내온다. 초고추장이나 고추냉이장에 찍어 먹지만 야채와 함께 콩가루.고추장.참기름.간장 등을 넣어 무쳐 먹기도 한다. 등심은 2백g에 2만원. 사골우거지탕(6천원)등 다른 메뉴도 있다.

# 용평리조트 주변

▶도암식당(033-336-5814)='내력이 오래된 식당의 음식 맛이 뛰어나다'는 통념이 통하지 않는 곳. 동네 사람들에게 횡계 지역의 토종음식인 오삼불고기를 잘하는 식당을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너도 나도 이 집을 꼽았다. 지난해 4월 주인이 바뀌었는데 주방 아줌마와 메뉴는 그대로 두고 시설만 깔끔하게 단장했다고. 오징어와 삼겹살을 고추장 양념에 버무려 구워 먹는 오삼불고기는 6천원. 돼지갈비를 불고기처럼 육수에 재었다가 구워 먹는 돼지물갈비란 독특한 메뉴도 있는데 일인분에 역시 6천원이다.

▶원칼국수(033-335-5625)=횡계 버스터미널 옆에 있는 손칼국수집. 주인 겸 주방장인 할머니가 홍두깨(둥근 몽둥이)로 직접 반죽을 밀어서 면을 뽑는다. 강원도 특산품인 감자를 푹 삶은 물에 호박.표고버섯.냉이.조개를 넣어서 끓인다. 면의 두께나 넓이가 일정하지 않고 조직도 곱지 않지만 입안에 들어가면 부드럽고 쫄깃하다. 계란을 푼 걸쭉한 국물에 김 부스러기와 깨소금이 듬뿍 들어 있어 고소하다. 식당 규모는 작지만 제대로 낸 손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4천원.

▶부산식육식당(033-335-5415)=뻑뻑한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서면 고기 비린내가 먼저 다가오는 전형적인 시골 고깃집이다. 용평리조트가 들어서기 전인 1960년대부터 고깃집을 해온 횡성의 터줏대감격인 식당이다. 주특기는 등심과 생삼겹살. 각각 2백g에 2만원, 6천원. 촘촘히 지방이 박힌 대관령 한우 등심과 껍데기까지 달린 삼겹살을 돌판에 구워 먹는다. 들기름을 넣은 파무침이 고소한 맛을 낸다. 진짜 별미는 고기를 구워먹은 돌판에다 직접 양념과 물을 붓고 끓이는 된장찌개(2천원)다. 끓을수록 돌판에 밴 고기 맛이 깊게 우러난다.

#알프스리조트 주변

▶진부령식당(033-462-1877)=알프스 리조트를 올라가는 인제군 용대리 길가에는 황태구이 전문식당이 즐비하다. 황태는 명태를 겨울 4~5개월 동안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하며 자연 건조시킨 것. 북어와 달리 육질이 통통하고 부드러운 게 특징이다. 뽀얀 황태국에 고추장 양념을 발라 석쇠에 구워낸 황태구이와 고추 장아찌 등 여섯가지 밑반찬이 나오는 황태구이 정식이 7천원.

▶백설식당(033-681-5600)=배추.감자.깨.콩.파 등 음식에 들어가는 채소를 직접 농사지은 것으로만 조달하는 고집스러운 식당이다. 오삼불고기(7천원).감자전(5천원).황태구이(1만원)등 강원도의 일반적인 메뉴도 있지만 김장김치를 송송 썰어 넣은 김치말이국수(3천원)가 유명하다. 올초 매서운 추위 때문에 김치가 덜 익어 만족스런 맛은 아니었다. 하지만 김치 맛이 알맞게 들면 손색없는 제 맛을 낼 것이란 예측이 가능했다. 2만원짜리 손만두 전골이나 두부 전골은 4인 가족이 부족하지 않게 먹을 수 있는 양이다.

횡성.평창.인제=유지상 기자 <yjsang@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사진 설명 전문>
슬로프를 질주하고 맛보는 뜨거운 우동은 언 몸을 녹이는데 그만이다. 그러나 스키장 주변의 토속음식을 맛보는 것도 재미난 일이다. 강원도에선 오삼불고기·황태국·막국수 등이 놓치지 말아야 할 음식이다. [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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